‘햇살이 쏟아졌다’는 아동 학대를 판타지로 풀어낸 창작동화다.

표지

한국 아이들은 굉장히 많은 괴롭힘 속에서 살아간다. 소위 왕따나 일진 등으로 인한 학교내 폭력이 대표적이다. 많은 학교 문제들은 자연히 등교거부같은 일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럼, 학교 문제만 없다면 괜찮을까. 아쉽게도 그렇지도 않다. 아이들이 겪는 폭력, 학대의 꽤 큰 비중이 가정에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폭력이 아닌 강압 등으로 이루어지는 은근한 학대는 주변에서는 물론 당사자들마저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기도 한다.

이 책의 주인공인 ‘현우’도 그런 문제를 겪고있다. 그래서 모든것이 부담스럽고 고통스럽게만 느껴진다. 그런 현우가 어느 날 판타지 세계로 가게 되면서 그곳 사람들의 문제를 함께 겪으며 해쳐나오는 이야기를 그린 이 소설은 단순하게 보면 아이의 성장을 그린 것으로, 문제를 직시함으로써 해결의 물꼬를 틀 수 있다는 전형적인 교훈을 담은 것 같다.

더 들여다보면, 판타지 세계는 일종의 거울 세계로 현실의 것을 다르게 비추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판타지적인 존재에게는 서로 대칭되는 현실의 존재가 있기 때문에 판타지 세계에서의 일들이 현실 문제의 타파로 연결되는 것이라고도 볼 여지가 있다.

문제는 그게 잘 드러나보이지 않는다는 거다. 그래서 엄마에게는 자신의 의견을 말하거나 대들지도 못하면서 애꿋은 ‘승재’나 몰래 괴롭히는 이중적이고 기회주의적이고 아이가, 판타지 세계에서 갑자기 영웅같은 역할을 맡아 수행해내더니, 별 이유도 없는데 느닷없이 정신개조에 성공한 것 같이 안하던(안할) 짓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전혀 의견표줄도 못하고 도망치기만 하던 아이가 별 다른 계기가 있는 것도 아닌데 느닷없이 괴물에 맞선다고? 심지어 쌩판 남인 처음보는 사람들을 위해서? 무거운 도입부와 중간의 판타지, 그리고 거기서 결말부가 썩 자연스럽게 연결되지 않는다.

자신의 잘못까지 인정하고 용서를 비는 극적인 성장을 보여주려고 한 것 같지만, 굳이 그게 장애가 있는 친구를 일방적으로 괴롭히는 것이어야 했는지는 의문이며, 용서를 받는 것도 용서받지 못한 채 안고 가야하는 것도 아닌 일방적인 사죄를 던지고 끝나는 것도 그저 꺼림칙함만 남긴다.

뭘 얘기하려는 건지는 어느정도 알겠다. 그러나, 그게 이야기를 통해 제대로 보여지거나 전달되지는 않는다. 판타지 세계와 현실이 대칭성을 띄고, 그 때문에 주인공이 판타지 세계속 사람들에게 감정을 이입하고 행동하게 된다는 것 같은 상황이라도 제대로 그려졌으면 더 좋았겠다.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