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졸업여행’은 과학과 수학, 추리를 서바이벌과 함께 잘 엮어낸 소설이다.

표지

이야기는 크게 둘로 이뤄져 있다. 첫째는 학교에서의 사소한 사건을 다룬 것으로, 거의 과학 탐정 삼총사를 소개하는 것에 가깝다. 이를 통해 그들이 각각 어떤 특징과 성격을 가지고 있는지를 보이고, 이어지는 졸업여행 조난사고에서 각자의 강점을 이용해 상황에 대처하고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그려냈다.

그러면서 과학 지식과 그걸 담아낸 수학공식, 그리고 논리적인 사고를 통한 추리를 버무려냈는데, 그게 무리하게 끼워 맞춘 것처럼 어색하게 튀지도 않고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어 이야기 뿐 아니라 해당 지식들도 재미있게 살펴볼 수 있어 좋았다.

거기에는 이야기의 큰 줄기를 ‘서바이벌’로 잡은 것도 주요했는데, 낯선 곳에서 생존을 꾀하려면 자연히 여러 자연적이고 물리학적인 지식이 필요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이야기를 통해 물리학, 천문학, 화학 등의 지식을 자연스럽게 노출하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책에 나오는 여러 퍼즐들에도 그러한 지식들을 활용해서 풀게 되어있는데, 대부분 논리적으로 해설이 가능하고 힌트도 주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풀 수 있을지 직접 해를 구해보는 재미도 있다. 물론, 개중엔 해답을 알고나서도 ‘이건 좀 무리 아니야?’ 싶은 것도 있기는 했다만, 그래도 전체적으로는 괜찮은 수준이라 썩 나쁘지는 않았다.

과학적인 내용을 담은 것도 일부는 소설 내의 설명만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것도 있기는 한데, 그것도 관련 내용에 궁금증을 갖게해 찾아 알아보게 하는 효과가 있어 딱히 단점으로 느껴지지는 않았다. 전문서적처럼 굳이 지식을 구겨넣지 않아도 일단 이렇게 흥미를 갖게 만든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긍정적이다.

서바이벌에서 벗어나 일상으로 돌아오는 과정이나 그 과정에 준비된 퍼즐 등은 작위적인 냄새가 나고 조금 급작스러운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이야기의 마무리에는 아쉬움도 남으나, 그래도 장점이 더 눈에 띄는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