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아에 대해 말하자면’은 한국 여자들의 이야기를 소재로 써낸 연작소설이다.

표지

이 소설의 연작 주제는 당연히 ‘한국 여성’이다. 그것도 피해를 입고 상처받은 한국 여성을 주제로 실제로 있었던 현실의 이야기를 겯들여가며 한국 여성들의 불행을 그려냈다.

그래서 만들어낸 이야기란 걸 알면서도 읽는 내내 불편하고 기분나쁘다. 다만 그게 어이없는 것들을 밀어부치기에 치밀어 오르는 게 아니라 더러운 현실을 마주하게 되서 느끼게 되는 것이라 꽤 공감이 가기는 한다.

그것은 이 소설을 8명의 여자들을 통해 각자 한두개씩의 불행을 보여주는 식으로 구성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단 한명을 주인공에게 모든 불행을 억지로 구겨넣은 게 아니다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하게 하며 그게 이야기의 현실성도 꽤 살려준다.

그러나 모든 이야기나 설정에 고개를 끄덕이거나 공감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는데 ‘대체 왜?’라는 의문이 드는 지점들이 꽤 여럿 있었기 때문이다. 소설 속 주인공들이 모두 ‘그저 선량한 피해자’인 것만은 아니라는 얘기다. 그래서 이들의 행동 중 일부에는 도저히 이해가 안가기도 하는데, 애초에 뚜렷한 주제를 가지고 그것을 전달하기 위해 이야기를 만들었단 걸 생각하면 굳이 그렇게 할 필요가 있었나 의문도 든다.

저자의 페미니즘적인 메시지도 노골적으로 한 쪽 편에 서있어 마냥 긍정적이지만은 않았다. 그를 위해 준비한 이야기가 (앞서 얘기한 것처럼) 이상한 부분도 포함하고 있는 데다가, 그걸 두드러지게 만들기 위해 시대에 안맞는 이야기를 끌어온 모습도 눈에 띄어 더욱 그렇다. 과하게 낙태에 긍정적인 듯한 기조 역시 나와는 안맞았다.1

소설은 여자 8명의 이야기와 에필로그가 깔끔하게 맞물리면서 꽤 잘 구성한 느낌이다. 하지만, 그래서 좋았냐고 하면 그건 좀 애매하다. 그저 자신의 이야기를 밀어붙이기 위한 참고서로서 몇몇의 ‘자칭 페미니스트’들에게 악용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1. 개인적으로 자유로운 낙태 허용에는 부정적이다. ‘낙태죄 폐지와 낙태허용에 대한 나의 생각’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