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바 킬피(Eeva Kilpi)’의 ‘타마라: 불가능한 사랑(Tamara)’은 자유분방한 여자와 그녀를 바라보는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표지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타마라’와 화자 ‘나’의 관계는 특별하다. 이들은 얼핏 서로 사랑하는 사이인 것 같기도 하지만, 그렇게 단순하게 말하기엔 이 둘의 관계가 너무 일반적인 것에서 벗어나 있기에 이들의 특별한 관계이 특이하게 보이기도 한다.

특히 (사실상 그게 거의 전부이긴 하지만) 둘이 애정을 나누는 방식이 그렇다. 타마라는 보통의 연인이 그러하듯 ‘나’에게만 집중하지 않는다. 그러기는 커녕 다양한 사람들과 여러 관계를 자유롭게 맺으면서 그를 통해 육체적으로는 물론 정신적으로도 만족감을 얻으며 그것을 자신의 정인이라 할 수 있는 화자에게 딱히 감추려 하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나’를 기만한다던가, ‘나’와의 관계를 허투루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는 커녕 ‘나’와의 관계를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

‘나’ 역시, 때론 질투를 느끼긴 하지만, 전혀 타마라에게 그런 행위를 그만두라 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부추기기도 하며, 그것을 자신에게도 공유해주길 원한다. 성적 만족감을 위해서 말이다.

두 사람의 이런 기묘하고 얼핏 변태적으로도 보이는 관계는 화자인 ‘나’가 하반신 마비로 성기능 불능 상태에 있기 때문에 조금 다르게 읽힌다. 그들의 그 기묘한 행동들이 어쩌면 불가능한 것을 극복해보고자 하는 일종의 몸부림처럼 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타마라의 거침없는 성생활도, 개인적으로 납득할만한 관계 행태인가는 차치하고, 문란하다기보다는 자유를 추구하며 무언가를 찾아가는 과정같다. 그녀의 그런 생활이 그렇게 말초적으로 그려진 것은 아니라서다. 단순히 쾌락을 쫒는 게 아니라 고민하는 모습같은 것도 보이고, 꽤 노골적인 묘사가 있는 것 치곤 슬쩍 선보이는 선에서 그치기도 해서 에로티시즘이라는 측면이 그렇게 두드러지지도 않는다. 그래서 전체적으로는 성 생활에 대한 사유들을 담은 것 같은 느낌이다.

그래서인지 그렇게 잘 읽히는 편은 아니다. 문장도 점차 가벼워지는 현대의 그것과는 달리 쉽게 이해되지 않는 것들이 있어 좀 걸린다. 이런 건 확실히 옛날 소설의 단점 같기도 한데, 완역이 아닌 초역(抄譯: 원문에서 필요한 부분만을 뽑아서 번역함. 또는 그런 번역.)이라면서도 이런 문장들이 있는 것은 좀 아쉽기도 하다.

1972년 작인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좀 파격적이라 할만한 걸 보면 인간은 생각보다 잘 변하지 않나보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 역시 여전히 유효하다.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