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풀먼(Philip Pullman)’이 쓰고 ‘프레드 포드햄(Fred Fordham)’이 그린 ‘존 블레이크의 모험: 유령선의 미스터리(The Adventures of John Blake: Mystery of the Ghost Ship)’는 시간을 넘나드는 유령선 메리 앨리스호와 그 승무원들의 이야기를 그린 SF 판타지다.

표지

시간여행이라는 것이나 그것을 가능케하는 것으로 엿보이는 장치 등이 이 작품을 SF로 보이게 하기는 하지만, 시간을 말 그대로 유랑하는 방법이 배를 타고 다니는 것이라던가, 그 여행이 제어할 수 없이 무작위적인데가 있는데다가 ‘유령선’으로서 입에 오르내리기 때문에 반쯤은 판타지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는 작품 속 몇몇 표현들을 SF보다는 판타지처럼 표현해냈기 때문에 더 그렇다. 그게 처음에는 궁금증을 증폭시키면서 흥미를 끌기도 한다. 어쩌면 이야기를 쓴 작가가 ‘황금나침반(Northern Lights)’으로 유명한 판타지 소설 작가라 더 그런 면이 두드러진 걸지도 모르겠다.

이미 널리 사랑받은 작품을 썼던 작가답게, 여기어도 여러 시간을 유랑하는 유령선을 소재로 진실과 거짓, 음모와 복수 등을 얽어 꽤 재미있는 이야기를 보여준다. 심지어 이야기를 구성한 내용도 꽉 차있어서 어느 한 곳도 늘어지는 부분이 없다. 그래서 보고나면 마치 잘 짜여진 영화를 본 듯한 만족감도 있다.

다만 만화로서는 좀 부족한 면도 보인다. 미래의 휴대기기로 보이는 ‘아파리토르’에 대해서 별 다른 설명 없이 그냥 넘어가 버리는 것도 그렇고, 각 컷이 자연스럽게 연결되지 않고 정적으로 끊어지는 느낌이 드는 것도 그렇다. 그래서 마치 애니메이션같은 연출을 자랑하는 한국만화에 익숙한 나로서는 역시 조금 뻣뻣한 느낌도 남았다.

번역도 별로다. 과연 이 대사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어색한 대사가 꽤 보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원문을 가능한 살리려고 했다더라도, 이건 좀 아니지 않나 싶을 만큼 이상한 것도 있다. 번역가라면 단순히 내용만 번역하는 걸 넘어서 한국어에 어울리는 문장으로 바꿀 줄도 알아야 하련만, 그저 아쉬울 따름이다.

존 블레이크의 모험 자체는 이 한권에 시작과 끝이 다 담겨있긴 하다. 하지만, 이 모험 자체가 시간여행을 하며 겪은 사건의 하나를 담은 것이기도 하고, 끝도 미묘하게 후속권으로 이어질 것처럼 그려서 정말로 더 나올건가 궁금하게 만들기도 한다.

과연 존 블레이크의 다른 모험 이야기를 그린다면, 그 모험은 어떤 것일지, 또 무슨 이유로 모험을 하게 되는 것일지 조금 기대가 되기도 한다. 볼 수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