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거 월리스(Edgar Wallace)’의 ‘공포의 천사(The Angel of Terror)’는 천사같은 소악마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표지

일반적으로 이 소설은 그의 미스터리 작품 중 하나로 소개된다만, 엄밀히 말해 ‘미스터리’라고 하기는 좀 무리가 있다. 딱히 소설 내에 어떤 대단한 비밀이나 범죄의 흑막 등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거의 처음부터 대놓고 범인을 드러내고, 그들의 은밀한 대화나 행동까지 모두 보여주기까지 한다.

그들이 그런 뒷내가 있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주인공 뿐이다. 그래서 이야기도 자연히 주인공이 우연과 주변인들의 도움을 통해 그러한 위기들을 극복하고 조금씩 진상에 근접해 나가는 형태를 취하고 있으며, 그걸 보면서 독자들도 왜 그걸 모르냐면서 살짝 똥줄이 타며 지켜보게 된다. 말하자면 서스펜스 범죄 드라마인 셈이다.

무려 1922년에 처음 출간된 이 소설은 지금 기준으로 보면 부족한 점이 꽤나 많다. 당장 범인이 일을 계획하고 추진하는 것 부터가 그렇다. 작품 내에서는 그 방면에서 대단히 치밀하고 대담한 것처럼 그려지나, 우연에 기댄것도 많을 뿐더러 자신의 활동 범위 안에서도 상황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등 허술한 면모도 많이 보인다. 그렇지 않았다면 사람좋고 순진하기만 한 주인공은 그렇게 오래 살아남지 못했을 거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것은 그렇게 오래 전에 쓰인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이야기가 가져야 할 매력 점들을 꽤 잘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천사같은 겉 모습과는 달리 악마와 같은 심성을 가진 범인 부터가 그렇다. 범죄를 종용할 때 그럴듯한 ‘좋은 의도’로 꾸며 직접적이지 않게 얘기하는 점이나 범죄에 대한 사상같은 것들도 소악마처럼 묘사해 그만의 개성을 느끼게 하며, 그에 맞서는 인물도 전형적이지만 마치 정의의 사도 같아서 관심을 끄는 건 물로 쉽게 공감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래서 꽤나 읽는 재미가 있다.

후반으로 가면 조금 흉계들이 패턴화 되는 모습도 보이는데, 마침 딱 그럴 즈음에 마무리도 잘 지었다. 다만 그 끝이 조금은 모호하게 뭉개는 느낌도 있어서 썩 만족스럽지만은 않았다.

제목 역시 소설을 다 보고 나서도 왜 저런지 조금 의아할 수 있는데, 이게 단지 한국어판에서만 그런게 아닌지 ‘The Destroying Angel(죽음의 천사)’라고도 부르는 모양이더라. 소악마같은 ‘진’의 케릭터를 생각하면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이쪽이 훨씬 잘 어울린다.1

  1. ‘천사’같은 외모를 가졌지만 ‘죽음’이라는 부정적인 성향을 가졌다는 것도 그렇고, ‘파괴한다’는 게 이제껏 주변을 망치치며 살아온 진의 행적과도 잘 맞다. 이는 또한 보기엔 예쁘지만 맹독을 지닌 광대버섯을 일컷기도 해서, 섣불리 탐하다가는 죽음을 부르는 그녀를 여러모로 잘 나타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