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J. 밀러(Sam J. Miller)’의 ‘슈퍼히어로의 단식법(The Art of Starving)’은 민감한 소재를 재미있는 소재로 잘 풀어낸 소설이다.

표지

제목부터가 흥미를 확 당긴다. 요즘 더욱 인기를 끌고있는 슈퍼히어로를 내세운 한국어 제목도 그렇고, 동양은 물론 서양에서도 가장 유명한 병법서 중 하나인 손무의 손자병법을 살짝 바꿔쓴 원제 역시 그렇다.1

분홍색 배경에 화려한 색의 음식들을 나열한 한국어판의 화려한 표지 역시 눈길을 끄는데, 이러한 작품 외적 요소는 이 소설이 살짝 유쾌한 초능력자물이 아닐까 짐작하게 한다.

그리고 어느정도는 정말 그런면이 있다. 정확하게는 그런 것처럼 포장되어있는 것에 가깝지만 말이다.

소설은 청소년의 동성애와 거식증, 차별과 괴롭힘, 그리고 정신문제 등 다소 민감한 것들을 주요 소재로 다루고 있다. 하지만, 그 심각성이나 무거움은 그리 크게 느껴지지 않는데 저자가 주인공인 ‘맷’을 초능력자로 묘사하면서 새로운 힘에 눈을 뜨고 그를 통해 자신과 주변을 바꿔나갈 힘을 얻게되는 영웅의 성장 스토리처럼 이야기를 해나가기 때문이다.

그것이 맷에게 닥친 여러가지 문제들을 어떻게든 해야 할 심각한 현실 문제가 아니라 온전한 영웅이 되기전에 겪어내야 하는 일종의 시련처럼, 곧 자연히 해소되거나 맷 스스로 해결하면서 본인의 자존감을 회복하고 주변에 그의 존재감을 드러내게 할 사소한 문제인 것처럼 여기게끔 한다. 맷이 자신의 능력을 활용하면서 실제로 그런 모습을 보이기에 더 그렇다.

하지만, 슈퍼히어로물이라는 시선을 거두고 살펴보면 상당히 현실적인 이야기를 꽤 적나라하게 담고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맷의 초능력만 봐도 그렇다. 단식을 했을 때 입맛이나 냄새에 예민해지는걸 마치 확대해석한 듯이 그려서 은근히 현실감도 있는데, 그게 그의 초능력이 사실은 조금 다른 상태가 아니었나도 의심케 하기 때문이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그가 꽤 정신적으로 몰려있었다는 걸 생각하면 더 그렇다.

이런식으로 소설은 시선을 조금만 바꿔도 굉장히 암울하게 읽히기도 한다. 그렇게 생각하면 굳이 초능력과 슈퍼히어로를 들먹인 것도 그것들을 어떻게듯 밝게 풀어내려고 한 것 같기도 하다. 어쨌든 전하고 싶은 것은 착잡한 현실이 아니라 희망의 메시지같은 것이니까 말이다.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1. 손자병법(孫子兵法)은 영어로 보통 ‘The Art of War’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