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옌첸(李衍蒨)’의 ‘뼈의 방(存骨房)’은 법의인류학과 법의인류학자가 보는 세계를 담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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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인류학을 다룬다고 했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과연 우리가 보통 알고있는 범죄현장에서의 증거 채집을 위한 법의학과는 뭐가 다른가 하는 거다.

엄밀히 말하자면 법의인류학 역시 법의학의 하나다. 다만, 실제로는 약간 다르게 쓰이는데, 보통의 법의학이 대게 발견한 사체를 즉시 살펴보는 것과는 달리 법의인류학은 죽은지 오래된 시체를 살펴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경우 시체가 아니라 뼈를 보는 경우도 많다. 피부 등은 이미 뭉그러져 큰 의미가 없거나, 이미 부패하여 남아있지 않은 경우가 많아서다.

그래서 이들이 그런 자료를 모아둔 곳을 ‘뼈의 방’이라고 부른다고 하는데, 직설적이면서도 묘하게 학자로서의 낭만이 느껴진다.

책에는 법의인류학자가 무엇을 하는 사람이며 뼈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를 알려주고, 법의인류학자로서 분석에 참여해 뼈로부터 밝혀낸 사실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를 소개하기도 한다.

책에서 소개하는 내용을 하나씩 훑어보다보면 인간의 뼈에 대한 애정이 얼마나 집착적인지 새삼 신기할 정도다. 그것은 대를 이으면서 독특한 문화가 되기도 하고, 일종의 광기와 결합하여 병폐를 낳기도 하는데 어떻게 그렇게 말도 안되는 것에 쉽게 몰두할 수 있는지 좀 어이가 없는가 하면 살짝 무섭기도 하다. 법의인류학자들이 접하는 것들이라는 게 죽음은 물론 삶과도 워낙 긴밀하게 엮여있다보니 더 그런 것 같다.

인간이 남긴 뼈나 가죽 같은 것들은 이미 생명체로서는 의미를 잃어버린지 오래인 그저 물건일 뿐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개인적인 욕심 등이 더해지면 더 그렇다. 그래서 종종 그들도 인간이고 누군가의 가족이었다는 것을 잊기도 하는데, 저자는 그런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설사 그것이 의학 발전에 보탬이 되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래서는 안된다고 하는 것은 그것이 결국 무엇을 위한 것인지를 다시 생각해보게 만든다. 따져본다면 결국엔 인간성이라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으니까 말이다.

법의인류학은 법의학이라는 전문 분야, 그 중에서도 더욱 한정된 분야를 다루는 학문이라 다소 낯설고 과연 살면서 관련될 일이 있을까 싶을만큼 거리감도 있기는 하다만, 작은 흔적들을 통해 상당한 과거까지 추정하는 것은 그 자체로 흥미를 끌기도 하고 결국엔 인간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의외로 공감점도 있는데다 저자가 그것들을 쉽게 잘 풀어냈기에 꽤 재미있게도 볼 수 있었다.

법의학이라는 분야가 주는 첫인상과는 달리 그렇게 사건성이 묻어있거나 수사적인 내용을 다루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서 더욱 누구든 읽어볼만한 대중적인 책이 되지 않았나 싶다.

이 리뷰는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