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라더(2017)’는 종가를 떠난 두 형제가 아버지의 제사와 돈 때문에 집에 돌아오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룬 코믹한 가족 영화다.

포스터

코미디 영화라고 하지 않은 건, 이 영화가 그보다는 가족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영화에 나오는 코믹한 장면들은 예고편보다 조금 더 있을 정도이며, 그 강도도 그리 높지 않다. 피식하게 되기는 하지만, 대놓고 웃을만한 장면은 거의 없다. 코미디 영화라고 하지만1, 별로 웃음을 기대하고 볼만한 영화는 아니라는 얘기다. 그래서 더욱 가족 이야기가 두드러진다.

영화에서는 크게 2가지 가족 이야기가 나온다. 하나는 서로 떨어져 살다 다시 보게 된 왠수같은 두 형제, 다른 하나는 오랜만에 돌아온 본가 사람들이다. 이 둘은 결국 끝까지 섞이지 않는데, 심지어 주요 사건마저 형제 주변에서만 일어나기 때문에 본가 가족들은 좀 소모적으로 쓰이는 느낌도 든다.

이 영화는 감독 장유정이 자신이 만든 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를 다시 영화로 만든 것이다. 그래서 그런가 복선의 짜임이 꽤 좋다. 사소해 보였던 것들이 어떤 의미였는지 드러났을 때는 ‘오~’하는 작은 감탄도 하게 만든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전체 이야기 구성이 다 좋았다는 것은 아니다. 분명 따져보면 나름 그럴 법도 하긴 하지만 해피엔딩을 위한 결말은 역시 좀 억지스럽고, 무엇보다 주요 등장인물인 오로라를 너무 막 쓰고 버린다. 이렇게까지 단물만 빨아먹고 버리는 캐릭터가 있었나 싶을 정도다. 어쩌면 작가도 그녀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도무지 감당할 수 없었던 게 아닐까.

딱히 찾을만한 교훈도 없다. 부모고 자식이고; 굳이 찾자면 ‘있을 때 잘해’ 정돌까.

후반 가서 갑자기 장르가 바뀐 듯 쏟아내는 눈물도 썩 좋지 않다. 물론 감정표현은 꽤 잘 했고, 그래서 거기에 동조해 눈물을 머금을 만 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극의 전체 분위기와 안 어울리고, 무엇보다 감정이 지나치게 과하다. 개인적으로 깔끔하고 은근한 걸 선호하기에 더욱 그랬다.

캐스팅도 쫌 아쉬웠다. 서로 반말하는 마동석과 이동휘가 어떻게 봐도 터울 적은 형제처럼 보이지가 않아서다. 이건 연기로도 어떻게 할 수가 없어서 형제의 이야기에 잘 몰입이 안 됐다.

그래서 나빴냐고 하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여러 장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고, 꽤 볼만도 했다. 하지만, 결코 좋은 것은 아니어서 누군가 물어본다면 ‘나쁘지는 않았는데.. 보라고는 못 하겠다.’고 할 것 같다. 좀 더 다듬었으면 좋았을 걸 싶다.

영화를 보고 나서는 원작 뮤지컬에 대해서도 궁금해졌다. 찾아보니 전체 구성은 비슷하지만 다른 점도 많은데, 무엇보다 ‘뮤지컬’이라는 특성이 극의 빈 곳(부족한 곳)을 잘 메꿔준다고 하더라. 아. 내가 느낀 부족함이 그런 데서 나온 것인가 싶다.

  1. 포스터 문구도 ‘웃기고 앉아있는 중입니다’이고, 장르도 ‘코미디’를 내세운다. 예고편도 그렇고, 겉보기엔 확실한 코미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