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에서 걸려온 전화’는 북한과 이산가족의 이야기를 판타지적인 설정을 통해 흥미롭게 그려낸 소설이다.

표지

어느 날 걸려온 전화가 평양에서 온 것이라며 흥미롭게 이야기를 시작하는 이 소설은 사실 소재만 보면 기존의 다른 이야기를 배낀 것에 가깝다. 사소한 동작오류 등이 겹쳐 전화가 잘못 연결된 것이 아니라 무려 시공을 초월한 것임이 곧 밝혀지는데, 이런 설정은 이미 영화 ‘프리퀀시(Frequency, 2000)’에서 똑같이 선보였던 것이기 때문이다.

재밌는 것은 이야기의 배경 연대가 이 후 해당 영화를 리메이크한 CW 드라마 ‘프리퀀시(Frequency, 2016~2017)’와 똑같이 1996년과 2016년이라는 거다.1 방영일에 맞춰 현재를 2016년으로 설정한 드라마와 ‘고난의 행군’ 등 굵직한 사건을 담기위해 과거를 1996년으로 설정한 듯한 소설은 딱히 연광이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만, 년도 뿐 아니라 20년 차이라는 것까지 똑 같아서 일부러 그렇게 설정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단지 설정 뿐 아니라 장면 역시 기존 작품에서 거의 그대로 가져온 것이 있는데, 어쩌면 이런 것들은 저자가 일종의 오마쥬로써 넣은 것이 아닌가 싶다.

기왕에 만들어진 설정을 답습한 작품은 더욱 조심해야 하는데, 그건 잘못하면 소위 아류작이나 표절작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만큼 이야기 못지않게 아이디어도 중요하다는 건데, 다행히 이 소설은 그 나머지 부분인 이야기가 상당히 준수한 편이다. 소위 말하는 ‘현존하는 유일한 분단국가’라는 것을 살려서 북한의 실황이나 이산가족의 아픔을 잘 담았으며, 무엇보다 이야기 속 인물들의 서사나 그걸 풀어내는 방식도 좋다.

현재와 과거 이야기를 번갈아가며 풀어 놓음으로써 두 이야기가 동시에 진행되는 느낌을 살리는 한편, 각각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는 부분도 서로 보완하도록 잘 짰다. 현재의 주희가 ‘새터민 동지회’에 올렸다는 소설을 연상케하는 과거이야기나 마치 영호화의 대화를 녹취록처럼 적은 주희의 이야기도 각각의 이야기에 잘 어울렸다.

소설은 살짝 미싱 링크를 깔아두고 전개된다. 그래서 이야기를 읽는 중에는 ‘왜?’라는 의문과 마뜩잖음을 느끼게도 하지만, 마지막에는 그걸 멋지게 해소해서 작은 감탄을 이끌어 내기도 한다.

실제 있는 인물이나 일어났던 사건을 소설에서 인용하기도 했는데, 그것들도 꽤 잘 어울렸다.

담아낸 메시지도 좋다. 단지 이슈들만 담아낸 게 아니라 왜 이산가족이나 통일 문제가 중요한지도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1. 원작 영화는 과거와 현재가 각각 1969년과 1999년이며, 30년 차이가 난다. 영화의 년도가 1999년인 것도 개봉예정일에 맞춰서 그런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