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사 홀링워스(Alyssa Hollingsworth)’의 ‘열한 번째 거래(The Eleventh Trade)’는 한 난민 소년의 희망과 우정을 그린 소설이다.

표지

아프가니스탄에서 온 ‘사미’와 그의 할아버지에겐 무엇보다도 소중한 보물이 있다. 전통 악기인 ‘레밥’이다. 고향에서 가져온 거의 유일하다 할만한 물건인데다 가족과의 추억과 역사가 깃들어있는데다가 다른 악기에서는 느낄 수 없는 영혼의 울림을 주기 때문이다. 비록 가난하지만 길거리 연주를 하는 할아버지와 사미는 그렇게 절망스럽지는 않았다. 적어도 레밥을 도둑맡기 전까지는 말이다.

절망에 빠진 사미는 어떻게든 레밥을 되찾고 싶어한다. 그러다 우연히 물물교환을 통해 자기가 가진 소소한 물건도 남에겐 나름 가치가 있어 돈이 될만한 것들과 바꿀 수 있다는 걸 알게되고, 주변 사람들과의 거래를 이어가며 악기점에 팔려버린 레밥을 되사오기위한 700달러를 모으기로 한다.

이야기는 기본적으로 예전에 인터넷에서도 화제가 되었던 물물교환을 뼈대로 하고 있다. 화제의 인물은 작은 종이클립에서 시작해 14번의 교환만으로 1년동안 쓸 수 있는 2층집을 얻게 되는데, 무엇이 무엇으로 교환되었는가를 보면 선뜻 와닿지 않을만큼 기묘한 교환도 있었다.

그래서 그렇게 현실적이어 보이지 않는 측면도 있었다면, 사미의 교환은 그보다 규모는 작은대신 훨씬 더 그럴듯하게 그려졌다. 이야기 속 인물들이 왜 그런 교환을 원하는지도 각자의 사정과 함께 잘 다루어 이야기를 풍성하게 한다. 어떻게 보면 이들의 교환은 이미 거의 완성되어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다만, 그 교환을 유발할 도미노의 첫 조각이 없었을 뿐. 사미가 그 첫 조각이 됨으로써 벌어지는 연쇄작용이 꽤 재미있다.

그렇게 흥미로운 이야기를 바탕에 두고 저자는 아프가니스탄 난민 이야기를 꽤 진중하게 풀어낸다. 그들의 처지나 상황, 어떻게 국경을 넘게 되는지, 운좋게 성공하고 나서도 그들이 감내해야만 하는 고통, 새로 정착한 지역에서의 차별, 그럼에도 계속 살아가야만 하는 것 등을 꽤 잘 담았다. 난민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로서도 꽤 수준급이다. 어느정도 실제 경험을 토대로 해서 그런지, 너무 과장되거나 하는 것 없이 사실적인 이야기는 절로 안타까움을 느끼게 한다.

사미가 레밥을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것을 그리는 방식도 좋았다. 자신이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은 자연스럽게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고, 그들과 서로 친해지며 우정을 쌓는 것이나, 종국에는 닫힌 마음이나 트라우마에서도 자연스럽게 벗어날 수 있게 해준다. 그를 통해 사미가 한층 성장해내었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뭣이 중허냐 싶은 장면이 나오기도 한다만, 그것도 그런대로 이해할 수 있는 면을 만들어두어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다.

다만, 걸리는 것은 사건을 유발한 소매치기나 엄연한 장물을 욕심껏 거래해대는 악기점 주인에 대한 처분이 너무 없다는 거다. 나름 희망 가득한 이야기 속에서도 유독 이 부분만은 ‘그래도 돼!’라는 사회의 어두움이 드러난 것 같아 찝찝한 쓴맛을 남긴다.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