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 아이젠(Arri Eisen)’와 ‘융드룽 콘촉(Yungdrung Konchok)’의 ‘우리는 죽음과 함께 사라지는가(The Enlightened Gene: Biology, Buddhism, and the Convergence that Explains the World)’는 과학과 티베트 수도승의 만남을 담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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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종교는 잘 안어울린다. 종교에서 말하는 가르침과 과학에서 얘기하는 진실이 서로 상충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대표적인게 생명의 기원에 대한 것이다. 종교에서는 대게 신이나 그와같은 위대한 존재에 의한 창조론을 얘기하며 그런 존재를 숭상하는데, 과학에서는 물질들이 서로 간섭하고 미세생물이 포식, 진화하면서 발생했다고 본다. 즉, 과학을 긍정하면 종교의 뿌리가 흔들리는 것이다.

그래서 티베트 수도승들에게 과학을 가르친다는 프로젝트는 신기하고 그것을 받아들이 달라이 라마와 티베트 수도승들도 기묘하다. 하지만, 이에 대한 달라이 라마와 수도승들의 생각을 들어보면 그런 생각은 어떤 점에서 잘못된 것인지를 알 수 있다. 그들이 그렇게 생각할 수 있었던건 그들이 수행을 통해 얻은 어떤 깨우침이나 톨찰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그래서 그게 꽤 멋졌다. 자기들의 사상과 다르면 무조건 배척하는 보는 종교도 봤었기 때문에 새삼스럽게 불교 철학의 대단함을 다시금 느껴볼 수 있기도 했다.

과학을 배우며 거기서 볼 수 있고 또 얻을 수 있는 지식을 티베트 불교의 관점에서 다시 생각해 보는것도 꽤 재미있었다. 설사 이 둘에 모두 발을 걸치고 있는 사람이라도 보통은 ‘종교는 종교, 과학은 과학’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 둘을 아우르는 지점이랄까, 둘 모두를 함께 생각하는 것이 꽤 의미있어 보였다. 거기서 더 깊은 앎과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건 물론이다.

과학을 배우며 실험하고 거기에 의문을 가지고 답을 생각해보는 과정을 담은 이 책은 그들이 배운 과학 지식들은 담은 지식서이기도 하면서, 그를 통해 다시 생각해보는 불교의 가르침을 담은 종교서이기도 하며, 그들의 활동을 담은 기록서이기도 하다. 그래서 때론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지만, 대체로는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