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혼령: 조선혼인금지령 1’은 결혼을 금하는 금혼령이 무려 7년째 이어지고 있는 가상의 조선을 무대로 한 로맨스 소설이다.

표지

조선이라는 시대와 궁에서 벌어진다는 배경 때문에 역사 소설이나 시대극 같은 걸 기대할 수도 있는데, 만약 그렇다면 크게 실망하게 될 공산이 크다. 그런 면모는 일면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당장, 조선이라는 시대배경조차도 제대로 담지 않았다. 조선은 그저 분명한 신분차가 있고, 왕정제 국가로 간택이 중요해 그를위한 금혼령이 내려질 수 있으며, 과학수사따윈 없어도 대충 얼버무릴 수 있어야 한다는 조건을 만족케하려고 붙인 것일 뿐이다. 그래서, 등장인물들은 전혀 시대상이 반영되어있지 않으며, 황당한 행동이나 말을 하기도 한다.

현대의 요소를 그대로 집어넣은 것이나 그와 관련된 외래어를 한자로 대충 바꾼 것은 다소 호불호가 있다. 단어 선택도 그리 좋지 않아, 일종의 브로커를 ‘불법 혼인 사기꾼’이라고 하는 것은 좀 웃길 정도다. 이후에 벌일 사기 행각들로 이어보려는 심산이었던 것 같은데, 아무리 그래도 아닌건 아니올시다.

드립력도 딱히 출중한게 아니라 빵 터질만한 코미디는 만들어내지 못한다. 오히려 ‘개이’나 ‘설로’같은 것에서 다소 불호가 느껴지기도 한다.

문장력도 다소 부족하다. 장면들은 과장되게 그려졌지만, 그림이나 연기가 곁들여지지 않은 묘사는 좀 얕아서 한없이 가볍게 느껴진다. 인터넷 게시판에 적당히 끄적인 것과 같은 표현들은 좀 ‘엽기적인 그녀’를 떠올리게도 한다.

그러니까, 애초에 그런 소설이라는 말이다. 전혀 묵직한 궁중극이 아닌, 단지 그런 스킨을 입었을 뿐 전혀 시대상 따위도 반영하지 않은, 나이만 성인일 뿐 실제로는 중학생정도 또래들의 투닥거림을 그린듯한, 실로 새털처럼 가벼운 소설인거다.

그래서 다소 유치하기도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재미있는 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야기 전개에 부족함이 있고, 인물의 감정 변화를 제대로 그려내지도 않아 느닷없다고 느껴지는 부분도 있지만, 금혼령으로 인해 생겨나는 일들과 로맨틱 코미디의 정석이라 할 수 있는 삼각관계로 극을 끌어가는 것도 나름 볼만하다. 여러 인물들이 얽혀 꼬인 사태는 이후 이야기를 궁금케만드는 긍정적인 요인이기도 하다.

결론적으로, 소설의 정체성만 처음부터 염두에 두고 본다면 충분히 가볍게 즐길만한 로맨스 소설이라는 얘기다.

연재분과 달리 삽화가 없는 건 아쉬운데, 단행본은 7년전 금혼령의 시발점부터 그리는 등 개정된 부분이 있으므로 뭐가 더 낫다고 하긴 어렵다.

가볍게 볼 수 있는 발칙한 로맨스는 나름 인기를 끌어 웹툰화도 되고, 현재 MBC에서 동명의 드라마로도 만들어져 방영하고 있는데, 소설의 부족한 묘사에 배우들의 연기가 있었다면 꽤나 매꿔졌겠다며 아쉬워 하던차에 반가운 일이다. ‘머나먼 우주에 있는 어떤 지구형 행성에 있는 나라’라며 나름 더 정리를 한 것도 좋아 보인다.

그러고보면 ‘엽기적인 그녀’도 SBS에서 사극풍 드라마로 리메이크 했었는데, 비교해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