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디스 워튼의 환상 이야기(The Ghost Stories of Edith Wharton)’는 초자연적인 현상을 다룬 8개 단편을 수록한 소설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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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판의 제목은 ‘환상 이야기’이지만, 수록된 이야기들은 ‘환상’이라고 하면 의례 떠올릴 그런 이야기들과는 좀 거리가 있다. 원제는 ‘유령 이야기’라는 좀 더 노골적인 이름을 하고 있는데, 막상 이야기를 읽어보면 적절한 이름을 붙였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저자가 들려주는 유령 이야기는 현대에 익숙한 유령의 이미지와는 좀 다르다. 공포 영화에 등장하는 ‘악령’도 아니고, 동양의 귀신이나 원령과도 다르기 때문이다. 현실에는 거의 영향을 끼치지 않는 유령도 있고, 영향을 끼치더라도 굉장히 간접적으로만 일을 벌이는 등 ‘공포’와는 좀 거리가 있다. 그래서 때로는 마치 안개처럼 일종의 자연현상같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묘사가 고딕풍의 배경과 결합하며, 굉장히 고전적인 유령을 느끼게 한다.

따지자면 소설 속 유령들의 모습은 저자가 처음부터 생각해냈다기 보다는 당시 사람들이 공통되게 갖고있던 유령에 대한 인식을 그려낸 것이라고 보는게 더 옳을 것이다. 이게 현대의 유령과는 꽤나 색달라 의외의 신선함도 느끼게 한다.

저자는 소설을 마치 체험담인 것처럼 적었는데, 그것이 더 그 분위기에 젖어들 수 있도록 하기도 한다. 다만, 분위기를 중시해서인지 이야기는 명확하지 않은 게 많다. 어떤 건 그래도 큰 줄기를 밝히기도 하나, 또 어떤건 모든 것을 미지의 것으로 남겨두기도 해서 좀 당혹스럽게 만든다. 중간에 전개가 어떻게 되든 최종적으로는 적당한 수습과 마무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으므로 이런 면은 좀 호불호가 갈릴 듯하다.

그래도, 분위기가 잘 살아있으므로 초자연적인 이야기와 고딕 소설을 좋아한다면 한번쯤 읽어볼 만하다.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