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의 쇼핑목록’은 일곱개의 단편을 담은 소설집이다.

표지

표제작이자 첫번째 소설인 ‘살인자의 쇼핑목록’은 굉장히 강렬하다. 살인에 맞춰 쇼핑을 한다는 아이디어, 그것을 알아보고는 추적한다는 일종의 탐정소설같은 면모, 그리고 그를 통해 형성되는 스릴, 등장인물들이 갖고있는 서로 다른 사연들과 캐릭터성의 독특함이 실로 훌륭하다. 단편인만큼 늘어지는 것 없이 깔끔하게 마무리 되는 것 역시 좋다.

이 짧은 이야기는 무려 동명의 드라마와 웹툰의 원작이 되기도 했는데, 이는 소설이 갖추고 있는 요소들과 그 조합이 그만큼 좋았다는 단적인 증거기도 하다. 드라마와 웹툰이 단지 원작을 각자의 포맷으로 다시 만든 것인지, 또는 자기만의 변주된 이야기를 보여주는 것인지 사뭇 궁금하다.

이 첫번째 소설이 워낙에 강렬하다보니, 상대적으로 그 이후 이야기들은 좀 힘이 약한 느낌도 든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표제작에 비하면 그렇다는 것으로, 다른 단편들 역시 아이디어가 꽤 돋보인다. 어찌보면 간단한, 지나가며 흘리듯 해볼법한 생각을 하나의 단편으로 만들어낸 솜씨가 나쁘지 않다.

개인적으로는 그 중 ‘용서’가 특히 마음에 들었는데, 이야기 자체는 좀 평탄하달까 심심하게 느껴지는 면도 있으나 한 남자가 죽은 이후에까지 후회하던 일과 거기에 관련된 인간들을 ‘다음 생’이라는 것에서 흥미롭게 엮어둔 것이 마음에 들었다. 남자의 시점에서만 진행되기에 아쉬운 점도 있다만, 그렇기에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채우는 식으로 이야기를 풍부하게 꾸민다면 꽤 괜찮은 장편 휴먼 드라마가 될 수도 있을 듯하다.

이 리뷰는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