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나 바르바 이게라(Donna Barba Higuera)’의 ‘마지막 이야기 전달자(The Last Cuentista)’는 먼 미래 가상의 인류 사회를 그린 SF 소설이다.

표지

먼저, 한국어판 제목이 왜 이렇게 되었는지를 얘기하고 넘어가고 싶다. ‘이야기 전달자’라는 건, 전혀 실감도 할 수 없는데다 소설 내용적으로도 이해하거나 와닿지 않는 용어다. 왜냐하면 소설에는 전혀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한 책임을 맡은 ‘전달자’라는 직책같은 게 딱히 없기 때문이다. 이건 심지어 문맥상으로도 안어울려서, 대체 이게 뭔가 하는 생각까지 들게 한다.

그런데도 이런 이상한 용어가 제목에도 박히고 본문 내용에까지 쓰이게 된 것은, 오로지 수작 SF 중 하나로 꼽히는 ‘기억 전달자(The Giver)’의 존재 때문이다. 이 소설은 상당부분이 기억 전달자의 여러 면들을 이어 받았는데, 그래서 그것을 용어에서까지 뚜렷히 드러나도록 하기 위해 굳이 ‘이야기 전달자’라는 이상한 용어를 박아넣은 거다.

그러나, 이 책의 ‘Cuentista’는 전혀 기억 전달자스럽지 않다. 그보다는 ‘이야기꾼’이나, 차라리 ‘작가’라고 하는게 더 자연스럽다. 물론, 굳이 의미를 따져본다면 전혀 말이 안되는 것까지는 아니나, 제목 뿐 아니라 본문에서 쓰일 때마다 느껴지는 묘한 어긋남이 오히려 내용을 수월히 이해하고 집중하는 데 방해하기에 분명히 나쁜 번역이라고 꼬집을 만하다.

그런데도 왜 이런 이상한 용어, 제목을 붙였는지는 좀 이해가 가기도 한다. 이야기를 따라가면 따라갈수록 절로 기억 전달자를 떠올리게 되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기억 전달자를 계승한 작품이라는 게 전혀 과장된 판촉문구 같은 것에 불과한 건 아니라는 말이다.

이후에 나온 작품인만큼 더 나은면도 있다. 대표적으로 어떻게 그런 세상이 만들어졌나를 보여주는 것이 그렇다. 기억 전달자는 이미 그렇게 완성된 세상에서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조금은 억지스런 판타지같은 느낌도 들었다면, 이 소설은 그런 세상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그림으로써 인간의 욕구가 어떻게 엇나가 무슨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며 진지하게 현실가능성이 있는 근미래 SF로 느끼게 한다.

주인공인 ‘페트라’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한편, 그녀가 과거의 경험이나 할머니로부터 전달받은 이야기들을 되새김하면서, 조금씩 그러나 확실하게 이야기의 힘을 느낄 수 있게 전개도 잘 했다. 덕분에 이야기에 꽤나 몰입해서 공감하며 볼 수 있다.

반복된 이야기를 통해 주제도 선명하게 전달한다. 극명하게 갈린다고 할 수 있는 사상을 통해 과연 무엇이 나은지, 또 올바른지를 생각하게 하며 여운을 남긴다.

이 리뷰는 문화충전200%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