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스 브랠리어(Max Brallier)’가 쓰고 ‘더글라스 홀게이트(Douglas Holgate)’가 그린 ‘지구 최후의 아이들 1: 몬스터 대재앙(The Last Kids on Earth)’은 몬스터 대재앙이 일어나 거리에 온통 좀비와 몬스터들만이 남은 마을에서 생존해가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표지

시리즈의 시작인 이 책은 갑작스레 몬스터 대재앙이 일어나 사람들이 죽고 떠나면서 마을에 남은 청소년들이 기지를 발휘해 어려운 상황을 극복해나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그러면서 좀비나 거대 몬스터와의 대치, 아포칼립스 상황에서의 생존, 그리고 친구들과의 이야기도 꽤 잘 그려냈다.

작가인 ‘맥스 브랠리어’는 온라인 게임 디자이너이기도 하다는데, 그게 이 소설에서도 잘 살아있는 것 같다. 생존을 일종의 게임처럼 생각하며 즐기려고 하는 것이나, 대단히 쓸모없어 보이면서도 또한 흥미를 갖게 만드는 ‘도전 과제’같은 것도 그렇고, 아이템이나 펫을 얻는다는 점이나 이야기 구성도 다분히 RPG 게임같은 느낌이 많이 들게한다. 그래서 보는내내 흥미롭고 재미있게 볼 수 있다. 작가가 이 이야기를 일종의 코미디로 썼기 때문에 더 그렇다.

아포칼립스 상황을 일종의 게임으로 보고 즐기는 모습은 다소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가벼운 청소년 모험 소설이라는 점과 그런 의도적인 행동이 아포칼립스 상황에서 정신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될것이라는 걸 감안하면 꼭 나쁘게 볼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이 책은 ‘Wow 그래픽노블 시리즈’의 하나로 톡특한 구성을 갖고 있어서, 보통 일러스트를 소설을 보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것과 달리 소설과 일러스트가 서로 긴밀하게 엮여있다. 어떻게 보면 글 위주로 진행되는 만화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실제로 표현이나 묘사도 다분히 만화적인게 많고 재미도 그렇다.

문제는 이 둘의 연결이 그렇게 자연스럽지는 않다는 거다. 원문은 어떨지 모르겠으나, 한국어에서는 글에서 일러스트로 넘어갈 때 문장이 끊어지는 듯한 느낌을 준다. 한 문장처럼 이어지게 만들 수 없었다면 차라리 두 문장으로 나누는 것은 어땠을까 싶다.

일러스트와 소설이 긴밀하게 엮여있는데도 불구하고, 서로 어울리지 않는 것도 있었다. 예를 들면, 어떤 길로 갈것인가 하는게 그런데, 각각만 보면 딱히 문제가 없어 보이나, 지도를 보면서 경로를 따져보면 대체 왜 그렇게 가려고 하는 것인지 이해할수가 없다. 전혀 엉뚱한 곳을 굳이 돌아서 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딱히 이에 대한 설명을 하는 것도 아니고. 어쩌면 그림을 잘못 그린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몬스터에 대항해 싸우는 것도 그렇게 현실적이지는 않다. 그래도 몇가지 단계를 두어 조금씩 공략하도록 했기에 말도 안된다 싶을 정도까지는 아니나, 마무리를 조금만 더 신경썼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기도 했다.

그래도, 몇가지 아쉬운 점은 있지만, 아포칼립스 상황이나 그곳에서의 생존도 꽤 매력적으로 그렸고, 각자 나름의 개성이 있는 캐릭터들이 나와 보여주는 시너지도 꽤 좋았다. 심각한 상황과 코미디도 나름 적절하게 어우러져 있고, 게임을 연상케하는 모험 이야기도 흥미롭다. 과연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될만하다 싶다.

앞으로는 또 어떤 몬스터와 만나고 어떤 모험이 닥쳐올지, 또 그것들을 아이들은 어떻게 극복해낼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