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니얼 리버먼(Daniel E. Lieberman)’의 ‘우리 몸 연대기(The Story of the Human Body: Evolution, Health, and Disease)’는 현대인의 특징과 건강 문제를 진화의 관점에서 살펴보는 책이다.

표지

우리 몸은 왜 이렇게 생겼을까. 아직까지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다. 과거를 모두 돌아보거나 알 수는 없기 때문이다. 다만 진화학를 통해 그 편린이나마 살펴보고 추정해볼 수 있다. 이 책은 그렇게 진화의 관점에서 우리 몸의 구조와 기능, 그리고 역사를 살펴보는 책이다.

진화란 무엇일까. 저자는 이 책에서 특히 ‘적응(Adaptation)’이란 개념을 중요하게 얘기한다. 진화란 이를테면 환경에 대한 적응, 기능을 위한 적응, 최종적으로는 생존을 위한 적응이라는 말이다. 여기서 ‘생존’이란 유전자의 생존을 말하는 것으로, 어디까지나 그 목적은 더 많은 자손을 남기는 것에 있다. 다시 말해, 지금과 같은 모습과 기능을 하는 몸을 가지게 된 것은 번식에 유리하다는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거다.

인간의 대표적인 특징이라 할 수 있는 직립보행(정확하게는 습관적 직립보행) 부터가 그렇다. 사실 직립보행은 그 자체만 보면 단점도 많은 특징이다. 허리에 부담도 많이 가고, 빠르게 달리거나 달리다 방향을 전환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초원에 나가면 잡아먹히기 딱 좋은, 말 그대로 사냥감이다. 그런데도 인간은 굳이 직립보행을 하는 형태로 진화했다. 여러 단점에도 불구하고 두발로 걷는게 당시 환경에는 더 적합해서다. 직립보행을 하면 높은 곳의 열매를 더 쉽게 딸 수도 있고, 좀 더 오래 걸어 멀리까지 이동해 먹을걸 찾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먹을게 부족한 환경에서 그건 무엇보다 매력적인 특징이었을 것이다.

그밖에도 인간은 유인원이나 조상종과 비교했을 때 이가 크다거나, 뇌가 크다거나, 유난히 긴 성숙기를 보낸다던가 하는 특징들이 있는데, 각각은 어떤 장점이 있고 왜 선택된 것인지를 저자는 잘 설명한다. 그래서 때론 비록 자료가 부족해서 온전히 설명되지 않는 것도 있기는 하나, 전체적으로는 고개를 끄덕이며 볼 수 있다.

진화를 다루는 책으로는 의외로 이 책은 육체적인 면 뿐 아니라 문화적인 면도 함께 다룬다. 이게 인간에 대해 좀 더 잘 알 수 있게 해주는데, 특히 불일치와 역진화 얘기는 꽤 흥미로웠다. 이것들이 분명히 환경에 맞게 진화했을 인간의 몸이 왜 현재에 와서 오히려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가를 꽤 잘 설명해준다. 한때 큰 관심을 끌었던 ‘구석기 다이어트(Paleolithic diet)’가 어디서 나왔는지 짐작케 한다. 진화를 왜 ‘적응’이란 개념으로 이해하고 그걸 파악해야 하는지를 알게해주기도 한다.

정리하자면 현대의 부작용들은 몸의 진화보다 생활 환경의 변화가 더 빠르게 일어나서 생긴 문제다. 당뇨병은 물론 골다공증, 사랑니 같은 문제들도 그렇다. 이런 현대병들을 진화라는 관점으로 어떻게 해석할 수 있는지를 보는건 꽤 재미있었다. 진화생물학이 단순히 생물의 변화 흐름을 알게 해주는 것 뿐 아니라, 진화의학으로서 실생활에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기에 감탄도 나온다.

진화생물학에서의 그간 연구들을 잘 집약한 이 책은, 그 활용 때문에 생물학적인 관점에서 뿐 아니라 의학적인 관점에서도 꽤 의미가 있다. 어려운 내용을 잘 풀어쓰기도 했기에 흥미와 지식을 채우는데도 좋고, 자기 몸에 대해 더 잘 알고 올바로 이용하는데도 도움이 되니 기회가 되면 한번 읽어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