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지구’는 새로운 행성에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SF 판타지 소설이다.

표지

SF는 생각보다 범위가 넓은 장르다. 그래서 같은 SF 소설이라고 하더라도 어떤 건 극히 마음에 드는 것이 있는가 하면, 어떤 건 심히 못마땅한 것이 있을 수도 있다. 글의 세부 품질까지는 따지지 않더라도, 단지 선택한 소재나 그것을 다루는 방식, 이야기를 통해 만들어가는 분위기만으로도 그렇다.

그런 점에서 이 소설은 꽤 호불호가 갈릴만한 SF 소설이다. 화성 이후로 새롭게 도달해 그렇게 이름붙였다는 제3지구나 그곳의 환경이라든가 로봇과 나노크리스탈같은 소재를 통해 나름 SF적인 분위기를 잘 만들었기는 하지만, 과학적인 상상력이라기보다는 오히려 판타지에 가까운 능력자 배틀물 성격을 띈다는 점이 그 하나다.

액션은 SF에서 필수라 할 수 있는 요소긴 하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과학적 상상의 연장에 있어야지 다이아몬드를 몸에 박고 개성적인 색을 발하며 특수한 능력을 발휘하면서 소위 무쌍을 찍는 식으로 이뤄지는 건 좀 곤란하다.

나노메탈과 나노크리스탈, 다이아몬드라는 소재도 그리 흥미롭지 못했다. ‘나노’라는 이름이 너무 만능처럼 붙은 느낌이라 생리적인 거부감도 이는데다, 단지 그런 소재가 있다는 것이 어떻게 첨단 과학으로 이어졌는지가 전혀 와닿지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는 마블의 영화 ‘블랙 팬서(Black Panther, 2018)’가 갖고있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를 이 소설도 갖고있는거다.1

사람에게 이식해 초월적인 능력을 갖게 해준다는 다이아몬드는 마치 만화 ‘암스(ARMS, 1997~2002)’의 그것 같아 좀 묘한데, 그만큼의 설득력이나 몰입감은 보여주지 못해 하위호환같은 느낌이다.

글의 품질도 썩 좋지 않다. 이야기가 매끄럽게 이어지는 게 아니라 장면별로 뚝뚝 끊어지기 때문이다. 덕분에 장면 장면을 확실하게 파악하기는 좋으나 대신 소설로서의 재미는 덜하다. 장면 자체는 시각적이나 그것이 글로 다 묘사되지 않은 느낌이라 더 그렇다. 영상물의 경우엔 화면으로 보여주는 여러가지 것들로 그것들을 충분히 매꿔줄 수 있지만, 소설에서는 명시적으로 묘사하지 않는 한 추가적인 정보나 감정, 분위기를 전할 수 없는데, 이 책은 마치 영상화를 위해 구상한 것을 잊어버리지 않고 찍기위해 써낸 일종의 가이드 콘티같다.

판무 소설을 보듯 가볍게 본다면 그래도 볼만은 하겠으나, 진지한 SF 소설로서는 완성도가 좀 아쉽다. 그러나, 첫 시도라는 것을 생각하면 앞으로를 기대치 않을 이유 또한 없다.

영상화를 위해 만든 IP라면, 실제 영상화한 결과물은 과연 어떤 모습일지 사뭇 궁금하다.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1. 정도로 따지면 블랙 팬서가 더 심하긴 하다. 비브라늄이라는 소재, 최첨단 과학, 그리고 원시적인 문화라는 무려 3가지가 모두 관계성이 빈약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전혀 그럴듯 하지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