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시노 아키히로(にしの あきひろ)’의 ‘약속의 시계탑(チックタック 約束の時計台)’은 신기한 시계탑에 얽힌 이야기를 그린 그림책이다.

표지

마을 외각에 높게 서있는 시계탑은 오랫동안 11시 59분에 멈춘채 서있다. 고장이 난 걸까. 수리공이 고쳐보려 하지만, 그곳에 사는 ‘틱톡’씨는 고장난 것이 아니니 그냥 놔두라고만 한다. 틱톡씨는 마치 그래야만 하는 것처럼 그 자리를 떠나지 않는다.

그에게는 무슨 사연이 있는걸까. 시계탑은 어째서 11시 59분에 멈춰있는 걸까.

주요 내용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주의 바란다.

독자에게 의문을 남긴채 이야기는 과거, 틱톡씨가 아직 젊었을 시기로 돌아간다. 그 때의 틱톡씨는 지금처럼 무서운 표정으로 자리를 지키고만 있지도 않고 시계탑 역시 매 시간마다 시침과 분침을 움직이며 시간을 알렸다. 그에게는 늘 사랑스런 ‘니나’가 찾아왔고, 그들은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평화로운 마을에서 행복한 시간을 그대로 계속 이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이들에게 피할 수 없는 두가지 문제가 찾아오고 결국 이별 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야기는 다소 해석의 여지가 있다. 판타지 요소가 섞여있는데다가, 몇몇은 간단하게만 얘기하고는 슬쩍 넘어가버려서 그렇다.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주요 문제들에 모두 불이라는 속성을 붙여 ‘불의 새’, ‘불꽃 나무’라고 한 것도 서로 연관이 있을 것이란 떡밥을 던지지만 끝까지 제대로 해소해주지는 않는다.

개인적으로는 전쟁에 휩쓸린 민간인의 이야기로 읽혔다. 불을 전쟁으로 인한 피해라고 보면 적절하기 때문이다. ‘불꽃 나무’를 전쟁통으로 인해 창궐하게 되는 전염병을, ‘불의 새’는 그대로 공습을 의미하는 것 같다.

그런 것들 때문에 서로 헤어져야만 했던 두 사람이 결국 약속을 지켜 다시 만나게 되는 장면은 꽤 감동적이다. 그러나, 그 때까지 오랜 시간이 흘렀고 서로 많은 것을 포기해야만 했다는 걸 생각하면 마냥 행복한 결말처럼 보이지도 않는다.

결국엔 문제 상황이 해소되기는 하지만, 지워지지 않는 상흔을 남긴다는 점도 전쟁의 그것과 비슷하다.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