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쿠니 가오리(江國 香織)’의 ‘도쿄 타워(東京タワー)’는 도쿄에서 살아가는 두 젊은이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표지

소설의 두 주인공 ‘토오루’와 ‘코우지’는 독특한 공통점이 있다. 둘 다 연상의 여자와 사귀고 있다는 거다.

단지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정도의 연상이 아니다. 띠동갑을 넘을만큼 상당한 차이가 나는 연상, 즉 어머니뻘이다. 당연히 그녀들에겐 각자의 남편이 있고 그 남편과 함께 구려가는 가정도 있다. 이들의 사랑은, 말하자면, 불륜인거다.

나이차가 크고 두 사람의 만남에서의 경제적인 부분을 대부분 여자쪽에서 부담한다는 점에서는 어느정도 원조교제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이들은 상대방에게서 뭔가를 받는 것을 더욱 꺼리기도 한다. 자신들의 관계는 결코 그러한 것이 아니라고, 그러한 것처럼 되어서는 안된다는 주장인 셈이다.

단지 나이차가 나는 것 뿐 아니라 가정이 있는 상대와 관계를 한다는 점 때문에 이들의 관계는 당연히 주변에 그리 떳떳하지 못하다. 그럼에도 이들은 상대에게서만 느낄 수 있는 감정에 젖어 헤어나오질 못한다.

이들의 이야기가 불륜임에도 불구하고 순수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한 형태로 보이지 않고, 마치 늪에 빠진 것처럼 파멸로 내달리는 것 처럼 보이는 것은 이들이 무려 수년간의 관계를 이어가면서도 전혀 성장하지를 않기 때문이다.

토오루와 코우지가 보여주는, 각자가 사랑을 대하는 방식이나 그 안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으려는 방법은 극과 극이라 할만큼 다르다. 그런데도 묘하게 동류처럼 보이는데1, 그건 둘 다 미숙하고 또한 어리석기 때문이다. 마치 어린아이가 어른과 관계를 하면서 정신은 그대로인채 몸만 자란 것 같달까. 중요한 결정마저도 그러한 면모의 연장선에 있어서 이들의 미래가 썩 밝지는 않으리란 것을 짐작케 한다.

주인공들이 ‘어리다’고 느낄정도로 극단적인만큼 공감할 부분도 적다. 그건 성숙한 여성들의 입장도 마찬가지인데, 소설이 막 성년이 된 두 소년의 이야기를 그린 것인만큼 그들의 상황에 대해서는 거의 다루지 않기 때문이다. 몇몇 장면에서는 유추해볼만한 이야기를 살짝 내비치기도 하지만, 상상만으로 채우기에는 너무 베일에 쌓인 부분이 많다. 그러다보니 이들의 행동 역시 의문을 남길때가 많다.

책 제목이기도 해서, 소설 내에서도 종종 등장하는 ‘토쿄 타워’ 역시 조금 쌩뚱맞다. 마치 PPL 광고처럼 느닷없이, 맥락없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작가의 말’을 보면 애초부터 ‘도쿄 타워’ 자체에 별 의미는 없었던 것 같다. 그래도 제목으로까지 쓸 거였으면, 적어도 이들이 함께하는 추억중에 도쿄 타워와 이어지는 중요한 무엇인가가 있어서 그것 때문에라도 종종 도쿄 타워를 쳐다본다는 식이었다면 좋았으련만, 세심하지 못함이 아쉽다.

한마디로 냉정하게 말해서, 이야기 자체는 썩 좋다하기 어렵다. 로맨스 역시 공감할 점이 적다. 별 다른 반성이나 후회, 성장도 없는 내용은 소년들의 치기어린 젊음을 담아낸 것이라고 하기도 애매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려하기 그지없는 문장은 그 자체로 읽는 맛을 준다. 한편의 긴 장편 시같은 면모는 묘하게 매력적이다.

  1. 둘의 이야기가 번갈아 나오는게 은근히 섞여서 더 그런 느낌을 준다. 근데, 나만 그런게 아닌지 어떤데선 토오루의 이야기인데도 대놓고 코우지라고 적어놓기도 했다. 그리고 은근슬쩍 토오루로 바꾼다. 물론, 그냥 오기겠지만; 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