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드 칼리(Davide Cali)’가 쓰고 ‘파티냐 라모스(Fatinha Ramos)’가 그린 ‘투르말린 공주’는 보석을 소재로 한 색다른 그림책이다.

표지

책의 등장인물들은 형형색색의 보석들에서 그 모티브를 따왔다. 그랬다고 해도 거의 색 뿐이긴 하지만 말이다.

주요 내용을 포함하고 있으니 주의 바란다.

제목이기도 한 투르말린 공주부터가 그러한데, 전기석(電氣石)이라고도 불리는 토르말린 보석은 여러 물질들이 섞여있는 광물인만큼 분홍색, 남색, 녹색, 황색 등 아름다운 색을 내는 것이 많다. 책에서는 그 중에서 하늘빛을 선택해서 신비하고 아름다운 느낌을 더 부각했다.

그렇다고 다른 인물들의 색이 그에 뒤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선홍색 루비, 붉은 홍옥수, 노란 황금, 초록색 에메랄드, 진파란 청금석, 자줏빛 자수정, 노란 토파즈, 검은색 오닉스, 반짝이는 은 등 모두 보석들에서 따온만큼 화려함에서는 부족함이 없다.

그들의 기개 역시 마찬가지다. 각자는 자기 스스로가 얼마나 뛰어난지를 부르짓으며 망설임없이 탑의 공주를 향해 나아간다. 그러나, 그들은 끝내 공주에게 다다르지 못한다. 탑 주변의 여러 시련들이 각자가 자랑스레 내세운 뛰어남을 비웃듯 좌절시키거나 심지어 농락해서 그렇기도 하고, 어떤 이는 스스로 끝까지 목표에 몰두하지 못해서 그렇기도 하다. 그들은 그들 자신이 스스로를 그토록 추켜세우는 것만큼 썩 대단치는 않은 거다.

그렇기에 아무런 색도 가지지 않아 얼핏 화려하지도 않으며 자신이 얼마나 잘났는지 위세를 떨지도 않지만, 꿋꿋이 목표를 향해나가 마침내 공주에게 다다르는 크리스탈 기사는 꽤나 여러가지를 은유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공주가 탑에 갖혀있고 그를 구하기 위해 많은 기사들이 도전한다는 큰 틀 자체는 전형적이지만, 저자는 그것에 살짝 변주를 주고 끝에도 약간의 반전을 주어, 딱히 복선 같은 게 없었기에 좀 뜬금없기도 하지만, 나름 신선하기도 하다.

보석을 컨셉으로 한 것에 어울리게 그림도 화려해서 매력적인데, 색의 모티브를 명확히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분명히 표현하지 않은 것은 좀 아쉽다.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