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가시노 게이고(東野 圭吾)’의 ‘공허한 십자가(虛ろな十字架)’는 사형제도를 소재로 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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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는 개인적으로도 참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작가다. 정말 다양한 이야기들을 써내면서도, 늘 일정 수준 이상을 보여주기에 그렇다.

그런 이유 중 하나는 그가 미스터리 요소를 꽤나 잘 사용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소설 대부분을 미스터리로 분류해도 괜찮을 정도로 말이다. 그는 그런 쪽에 특화된 장르라 할 수 있는 범죄 미스터리에서 뿐 아니라 다른 장르에서도 이야기의 일부를 비밀스럽게 숨겨두고 그걸 조금씩 풀어내는 식으로 독자가 흥미를 갖고 재미있게 보게 만든다.

그의 소설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사회적인 메시지로, 순수하게 읽을거리로서의 재미나 마치 퍼즐같은 두뇌게임을 하는 것 같은 재미는 덜할 때도 있지만, 대신에 깊게 공감하고 생각해볼만한 주제를 느끼게 하기 때문에 읽은 후 남는 여운이 강한 편이다.

이 소설은 그런 그의 대표적인 성향이 잘 녹아있다. 처음부터 묘한 시작으로 흥미를 끌고, 대체 사건이 어째서 이렇게 되었는지를 미스터리로 남겨둠으로써 다음 이야기에 대한 갈망을 이끌어내며, 그렇게 조금씩 전개해나가는 이야기 속에서 진지하고 묵직한 사회적인 메시지를 잘 던진다.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는다고 해서 소설로서의 재미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 뿐 아니라, 더욱 좋았던 것은 저자가 성급하게 한 편에 서서 일방적인 얘기를 늘어놓지는 않는다는 거다. 사형이 왜 좋을 수 있는지 뿐 아니라, 그것이 어째서 무용한지도 분명하게 담아내 독자 스스로 이에대해 고민해볼 수 있게 하는 게 좋다.

이 리뷰는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