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시리즈 5번째 책인 ‘자고 싶다’는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Антон Павлович Чехов)’의 대표 단편들을 엮은 소설집이다.

표지

이 소설집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영어 등으로 번역한 것을 중역한 것이 아니라 러시아어 원전에서 바로 번역한 판본이란 거다. 덕분에 대문호라는 체호프의 문장을 보다 정확하고 실감나게 접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그러나 수록작들은 솔직히 그렇게 읽기 편하거나, 소설 그 자체로서 재미있는 것과는 좀 거리가 있다. 그의 대표적이라 할만한 단편인만큼 더없을 정도로 소위 ‘체호프적’이라고 하는데, 어쩌면 그래서 더 그런 느낌이 강한 듯하다.

작품을 설명하는 말로 ‘체호프적’이라는 표현을 하는 것처럼 수록작들은 대체로 비슷한 흐름과 감성을 갖고 있다. 정신적으로 피폐한 또는 피폐해져가는 모습을 그린 것이나 느닷없는 죽음도 그렇고, 은근히(당시에는 노골적이었을 수도 있겠다만) 철학적이고 사회 비판적인 내용이 담겨있는 것도 공통적이다. 그래서 소설집은 전체적으로 좀 먹구름이 낀 듯 우중충한 느낌을 준다. 인세의 특정한 면들을 부각해서 담고 있는 수록작들은 ‘비극적 유머’라는 표현이 더없이 잘 어울린다.

몇몇 극히 짧은 단편들은 너무도 급격한 전개에 당혹스러움을 느끼게도 한다. 그런데도 허섭하다고까지 생각하게 되지는 않는데, 소설이 시작하면서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얘기하고 드러내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가 꽤 선명하기 때문이다. 일견 급작스러워 보이는 전개는 그것을 펑 하고 터트렸다고 할 수 있는 것으로, 나름 일관된 기조를 보이기 때문에 (취향에 안맞다 하더라도) 그렇게 나빠보이지는 않는다.

수록작들은 인간적이고 시사적이며, 그래서 어느정도 시대적인 성격도 갖고있다. 그래서 몇몇은 ‘그건 옛날 이야기’라고 할만한 것도 있기는 하다만, 같은 짓을 반복하는 인간들의 어리석음은 이 옛 소설들에서도 여전히 현대의 무언가를 떠올리게 한다.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