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 졸리(Dan Jolley)’가 쓰고 ‘베티나 M. 컬코스키(Bettina M. Kurkoski)’가 그린 ‘에린 헌터(Erin Hunter)’의 ‘전사들 그래픽 노블: 스커지의 탄생(Warriors: Ravenpaw’s Path)’은 피족 지도자 스커지의 과거를 그린 만화다.

표지

전사들 시리즈에서 피족은 상당히 중요한 위치에 있다. 종족 고양이들을 크게 뒤흔들었을 뿐 아니라, 그들의 생활과 생각에도 여러 변화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그런 피족을 있게 한, 사실상 피족의 처음이자 끝이라고 할 수 있는 ‘스커지(Scourge)’의 이야기를 그린 이 만화는 종족 고양이들의 입장에서 전개되는 본편 시리즈의 특성상 많은부분 베일에 가려져있던 피족의 성립과 스커지의 캐릭터를 알 수 있다는 점에서는 꽤 흥미롭다.

그가 어째서 그렇게 개인적(어떻게 보면 이기적)이며, 힘의 논리에 의지하는 캐릭터가 되었는지를 작가는 그가 어린시절부터 겪었던 경험에 의한 것으로 그려냈는데 이런 접근법은 전통적이기에 다소 클리셰적이긴하지만 또한 무난하고 크게 억지스럽지 않다는 장점도 있다. 그래서 기본적으로는 긍정적으로 보기는 했다만…

아쉽게도 작가가 하려는 이야기를 가능한 펼쳐내는 식으로 진행되는 한국 만화계와 달리 단기 이슈를 기본으로 하며 일종의 비정규직 시장처럼 만들어진 미국 만화계에서 만들어져서 그런지 스커지의 이야기를 채 충분히 풀어내지 못했고 그렇기 때문에 여러 부분에서 오히려 의문을 남기는 점이 많다.

당장 그가 왜 꼭 그런 캐릭터가 되어야 했는지부터가 그렇다. 그의 과거는 물론 삶의 여정도 단순하게 다루었기에 딱히 다른 선택지가 없었던 것처럼 보이지가 않는다. 저자가 과연 그를 순수하게 미워할 수 있겠느냐고 했던 것과 달리 여러 선택지 중에서 굳이 그런 선택지만을 골라 미운 캐릭터가 된 것처럼도 보인다는 말이다.

피족이 마치 힘의 논리에 의해서 돌아가는 것처럼 그려지는 것과 달리 태생적으로는 별 특출남이 없었던 스커지가 어떻게 그런 힘을 갖게 되었는지도 제대로 설명해주지 못한다. 오히려 그의 주요한 업적 중 하나를 운에 따른 것으로 그림으로써 끝까지 그가 대체 어떻게 피족을 휘어잡을 수 있었으며 타이거스타와 대립할 수 있었는지 의문을 갖게 한다.

방향성 자체는 나쁘지 않으나, 그걸 충분히 인정할만한 이야기가 부족한 덕이다. 각각의 이슈도 너무 짧고, 전체 분량 역시 그렇다. 슈퍼 에디션처럼 좀 더 충분한 분량을 썼으면 좋았으련만, 아쉬움이 남는다.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