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야마 세이이치로(大山 誠一郞)’의 ‘왓슨력(ワトソン力)’은 독특한 상상력을 재미있게 그려낸 추리 소설이다.

표지

일본식 본격추리물의 탐정은 대게 ‘사신’ 따위로 불린다. 자문 탐정으로서 부탁이나 의뢰를 받아 사건 해결에 나섰던 ‘셜록 홈즈’와는 달리 그 본인이 사건에 휘말리는 인물 중 하나로 나오는데다, 어김없이 계획살인 그것도 연쇄살인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보니 이녀석이 있어서 사건을 해결할 수 있게 된 것인지 아니면 이녀석 때문에 범죄가 일어나는 건지 헷갈리는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모든 추리소설이 (특히 일본 추리소설은 더) 사실상 셜록 홈즈 시리즈에 영향을 받은만큼 탐정역을 엄청난 능력을 가진 일종의 히어로처럼 그리고 ‘왓슨’과 같은 사이드킥 역시 필수요소처럼 등장시키는데 대게는 이런 왓슨들에게 주목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때로는 왓슨을 서술자로 활용함으로써 질문을 던지는 역할을 맡기도 하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독자도 알 수 있게 굳이 풀어서 해설하는 상황을 만드는 정도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점에서는 이 소설속 왓슨 ‘와토’도 그런 전형적인 왓슨과 크게 다르지 않다. 딱히 적극적으로 추리를 하거나 능력을 발휘하는 것은 아니라서다. 다만, 살인사건을 부르는 사신 탐정들과 비슷하게 명탐정을 등장하게 만드는 기묘한 힘이 있다는 게 다르다.

자기 주변 사람들의 추리력을 높여 사건을 해결하도록 만드는 능력, 이것에 그는 왓슨력이라고 이름 붙인다. 그 주변 사람들은 그의 이 왓슨력 덕분에 명탐정 못지않게 난제들을 파헤쳐 낸다.

이 단순하지만 발칙한 상상력은 와토를 굉장히 흥미로운 인물로 만든다. 설사 그가 뭔가를 하지는 않더라도, 그 모든 상황이 그로인해 생겨나는 것이란 전제가 있기 때문이다.

이 능력은 심지어 적극적으로 그러고싶게 만드는 부수효과까지 있는데, 이게 단지 추리력 즉 두뇌회전만을 높여주는 것이란 한계와 만나 좋게 말하면 다양한 가능성, 나쁘게 말하면 헛다리를 집게 만들면서 진상을 다양하게 상상하게보게 한다.

증거를 찾고 그에 따른 추리를 하는 것이 아니라 가능성들을 살펴보고 가장 그럴듯한 것을 찾는다는 왓슨력식 추리쇼는 또 누가 추리에 고파 어떤 이야기를 들고나올지 예상할 수 없어 흥겨운 반면 자칫 찍어맞추기 식으로 보이기 쉽다는 단점도 있다. 범죄까지 저질러놓고는 너무 손쉽게 실토하는 범인들도 좀 어색하다. (어쩌면, 왓슨력엔 정답을 맞췄을 시 무조건 투항한다는 부수효과도 있는 것 아닐까. 탐정처럼 추리하고 싶게 만드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기에 하나의 긴 이야기가 아니라 자잘한 사건 여러개로 구성한 것도 좋았는데, 이게 사건의 심각성이나 그렇게 된 상황, 개별 인물의 행동 등에 대한 핍진성을 세세하게 따지기보다 추리쇼 자체에만 집중해서 즐길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그것들을 모두 하나의 사건 안에 액자식으로 넣고, 그를 통해 이야기의 시작과 끝을 깔끔하게 마무리한 것도 좋았다.

시리즈가 아닌 단권으로, 단편집과 같은 구성으로 만든 것이 참으로 빛나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잘 살린 소설이 아닌가 싶다.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