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엄 도널드(Graeme Donald)’의 ‘지구가 평평했을 때(When the Earth Was Flat: All the Bits of Science We Got Wrong)’는 지금은 거짓으로 밝혀졌지만 한때 많은 사람들이 사실이라고 믿었던 것들에 대해서 담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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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러한 현상 자체가 그렇게 신기한 것은 아니다. 과학이란 것 자체가 ‘가설’이 세워지면 ‘증거’와 ‘증명’을 통해 ‘사실’로 ‘입증’이 되는 것이므로, 그것이 완료되기 전까지는 수많은 거짓된 가설들이 난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것이 전혀 근거없고 심지어 반례까지 있는데도 사실로 받아들이기도 한다는 거다. 이 책에 실린 것들은 대부분이 그런 것들이다.

지금에는 상식처럼 알려진 많은 것들이 당시에 그렇게까지 확고히 거절을 받았던 걸 생각하면 조금 우습기도 하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을 그저 웃어 넘길 수밖에는 없는데, 그건 그게 단지 ‘생각의 차이’ 정도에 그친게 아니라 ‘이단’ 취급을 받으며 핍박의 이유가 되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런 것에는 어느정도 종교적인 이유도 있지만, 또한 정치적인 이유가 있는 것 같다. 때론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강경 대응이 있었던 이유가 자신들이 갖고있던 기득권과 이익을 놓치 않기 위해서인 것처럼 보인다는 말이다. 그래서 잘못된 과학사를 다룬 이 책은 또한 더러운 인간사를 담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현대로 오면서 인간의 이러한 면을 개인적인 이윤 추구를 위한 목적으로 사용한 것도 보이는데, 그게 퍼지게 되는 과정이나 거짓임이 밝혀지는 과정도 꽤 웃기다. 나중에는 사회적 사실로 완전 굳어져버려 심지어 당사자가 거짓이라 해도 무시되는 걸 보면 더 그렇다.

조금 충격적인 것은 그것들 중 일부는 아직까지 남아있다는 거다. 나 자신도 사실이라고 생각하던 것들이 꽤 있었는데, 거짓임이 증명되고 나서도 한참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그 잔재가 남아있는 걸 보면 조금 무섭다는 생각도 든다.

책에는 총 18개의 큰 주제를 다루며, 중간 중간에 ‘당신이 모르는 과학의 진실’이라는 코너를 통해 짧막한 지식을 전해주기도 하는데 이것들 모두 상당히 흥미롭고 살펴볼 만하다. 과학사를 담은 것이지만 어렵지않게 풀어낸 것도 좋다. 다만, 그래서인지 더 자세한 내용은 생략한 면도 있어 보이며, 분량도 많지 않아 아쉬움도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