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리아 오언스(Delia Owens)‘의 ‘가재가 노래하는 곳(Where the Crawdads Sing)’은 습지에 버려져 힘겨운 인생을 살아내는 한 여인의 삶을 그린 소설이다.

표지

이 소설은 한마디로 설명하기가 좀처럼 어렵다. 너무 많은 것들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한 가족의 흥망성쇄, 버려진 아이의 생존, 어려서부터 인연을 쌓아온 두 사람의 현실적이면서도 쓰린 로맨스, 의문의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와 법정 공방도 있고, 밑바닥부터 시작하는 성공 스토리라던가, 대인기피증세를 보이는 소녀가 개인의 보금자리와 사회 그 중간에 자리잡는 것도 모두 제대로 보여준다. 거기에 습지 생태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도 빠뜨릴 수 없다.

저자 자신이 평생 야생동물을 연구해온 생태학자여서 일까. 책에서 간간이 보이는 생태 탐구 모습이라던가, 그를 통해 알게 되는 사실, 그걸 기록하고 정리하는 방법 등이 모두 세밀해서 현장감이 느껴진다.1

게다가 그건 단지 기왕의 지식을 활용하는 수준을 넘어서 소녀가 살아가는 미국 남부 노스캐롤라이나주 아우터뱅크스의 해안 습지를 제대로 보여주기에 의미도 있었다. 이런 배경이 다시 소녀의 생존이나 의문의 죽음과도 연결되기 때문이다.

가정 폭력이 행해지는 열악한 가정 환경으로 부터 시작해, 홀로 남겨지게 되는 것이라던가, 그럼에도 어떻게든 버티고 생존해 나가는 이야기도 잘 그렸다. 그러면서 소녀의 좁지만 긴밀한 인간관계를 보여주고, 그들을 통해 1952~70년대 사람들의 모습이라던가 그 안에 팽배한 차별과 편견 가득한 삶을 나타내는 한편, 그들 중 하나와 함께하며 커가는 로맨스 역시 잘 그려냈다. 그것들이 모두 자연스럽게 연결되기 때문에 그들이 왜 그런 감정을 품고 그와 같은 선택을 하는지도 충분히 공감할만했다.

과거(1952~) 이야기로 소녀의 성장 과정을 그리는 한편, 현재(1969~)에 벌어진 의문의 죽음을 통해 미스터리를 던지고, 후반에는 법정 소설의 면모를 보이기도 하는데 이것도 모두 재미있었다. 얼핏 무난한 법정 싸움을 해나가는 것 같지만 각자가 미묘하게 뭔가를 감춘 듯한 기색을 내비치기 때문에 과연 진실은 무엇이고 판결은 어떻게 될지 나름 쫄깃하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이야기를 선형적으로 배치하지 않고 둘로 나눠 동시에 진행한 것도 참 현명했다. 조금씩 바뀌며 드러나는 인간과계와 상황들이 이 미스터리도 다른 시각으로 보게끔 만들기 때문이다. 그게 어찌보면 평이한 미스터리를 더욱 흥미롭게 끌어올린다.

이 소설이 특히 좋았던 것은, 1950~60년대 미국 남부의 삶을 그려냈다고 할만큼 다양한 이야기를 서로 조금씩 다른 색깔로 담아냈는데도 그것들이 모두 어긋나지 않고 하나로 잘 아우러져 있다는 거다. 그게 더욱 소설에 몰입할 수 있게 하며, 다 읽고나서는 상당한 만족감도 느끼게 한다.

그렇기에 뭐라 딱 잘라 설명하기는 좀 어렵다. 굳이 말하자면, 한마디로 굉장한 작품이랄까. 첫 소설로 이만한 걸 써내다니, 새삼 감탄이 나온다.

  1. 소설은 처음이지만 이미 생태 연구를 정리한 논픽션은 여러개 내었다고 하니, 그 작업이 이러한 묘사에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