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는 왜 왔니?’는 지구환경 SF 로맨틱 코미디같은 소설이다.
단지 초반 몇문장을 읽어보는 것만으로, 이 소설이 무엇을 지향하고 있는지는 꽤나 분명하게 느껴진다. 일종의 시트콤인거다.
과장되어있지만 그래도 개성강한 캐릭터나 상황을 놓고, 때로는 어처구니 없는 전개를 보이기도 하지만 생각없이 웃을만한 코미디라는 것 하나로 대부분이 용서가 되는 그런 식으로 이야기를 쓰려고 한 것 같다.
이것은 생각보다 괜찮은 시도일 수 있다. 외계인이라든가 그들의 정체와 생태, 그리고 지구에서 벌이는 황당한 일들을 시트콤이라는 것은 한번에 ‘아무래도 상관없는 것’으로 만들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러려면 그래도 충분할 정도로 웃겨야 한다는 거다. 그러나, 이 소설은 그 가장 중요한 웃음을 자아내는 최저점을 끝내 넘지 못했다. 외계인이 배운 지식이 오래전 거라는 시대차를 이용한 코미디는 설정 오류인데다 식상하기도 하고, 심지어 그렇게 사용한 소재까지 딱히 웃음 포인트랄만한 게 없기 때문이다.
소설에 담는 코미디는, 연기나 말빨따위로 살린다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 자체로 재미가 있어야만 한다. 그렇지 않다면, 최소한 이미 대중적으로 유명한 코미디 코드라서 그걸 보면 절로 코미디언의 연기가 생각나며 장면이 자동재생 되는 것이어야 한다. 대중적이기라도 해야한다는 말이다. 이 소설 속 코미디는 어떤 경우에도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웃음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
웃음이 빠져있는 얼빠진 상황들은 그래서 좀 황당해 보인다. 남은 건 이야기가 왜 그렇게 되는지도 잘 모르겠고, 등장인물들이 어째서 그런 행동이나 변화를 일으키는지도 공감이 되지 않는다는 것 뿐이기 때문이다.
코미디에 기대는 식으로 짜여져 서사가 부족한 이야기는 주인공들의 로맨스도 잘 모르겠는 것으로 느끼게 한다. 설사 그것이 외모를 보고 첫눈에 반해버렸다는 흔해빠진 것이라고 할지라도 두 주인공이 서로에게 왜 끌리게 되는지는 분명히 알게 해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서다.
우주적 스케일의 배경을 거꾸로 자잘한 로맨스가 잡아먹는 식으로 짠 조합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개략해서 보면 지구환경적인 걸 버무린 것이 뭔가 그럴듯해 보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것 뿐, 제대로 풀어내지 못한 이야기는 단지 읽는 재미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