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은 탐정도 불안하다’는 청년 탐정을 소재로 한 미스터리 소설이다.

표지

청년인 탐정, 그것도 한국 청년을 다룬 것이다보니 자연히 직업 문제가 등장하리라는 것이 쉬 예상된다. 당장, 제목부터도 그렇고. 그렇다고 단지 그런 것만 담지는 않았다.

이야기의 시작도 청년 탐정으로 하지 않는다. 대신 이제는 추락해 버려 시청률에만 목을 매는 한물 간 프로파일러와 전문 지식은 물론 열정까지 살아있는 젊은 추리 동호회 회원간의 대결이라는 꽤 재미있는 구도로, 미제로 남은 실종사건을 파헤친다는 나름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개한다.

탐정 이야기는 그에 대단한 기대는 하지 않는 실종자의 가족이 제대로 된 조사를 위해 의뢰하면서 생겨난 조금은 곁가지같은 에피소드다. 제목과 달리 주인공은 TV쇼를 계기로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 이 두 그룹의 대결이라는 얘기다.

그러다보니 이야기 전개가 조금 느린감이 있다. 무려 2년이나 지난 사건을 조사하는 것이라 단서도 적고, 제대로 된 수사권이 없는 민간인들이 하는 것인지라 그나마도 제한적인데다, 등장인물들을 하나씩 집어가며 보여주기까지 해야해서다. 거기에 탐정 이야기까지 해야하니 오죽하겠나. 그래서 후반으로 갈수록 이야기를 어떻게 마무리할지 조금 걱정되기도 했다.

그런 우려는 어느 정도 맞아 떨어진 셈인데, 사건이 꼬여있는 것 처럼 보이는 것 치고는 너무 진상이 단순한데다 그걸 밝혀내는 과정이나 놓친 부분들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도 좀 허무한 감이 있어서다.

미스터리를 탐정과 프로파일러, 그리고 동호회 회원들이 추리를 통해 하는 것이 아니라 범인의 입장에서 밝혀 버리기 때문에 더 그렇다. 이건, 이전에 다른 미스터리 소설을 읽었을 때도 얘기했었지만, 미스터리를 풀어내는 것으로는 썩 좋은 방법이 아니다. 그렇게 해버리면 그 부분은 범인과 독자들만 아는 비밀로 떼어져 버리기 때문이다. 기왕 진상을 모두 설명해줄 케릭터가 있었는데, 그를 이용해 풀어냈으면 좋았으련만 싶다.

너무 주요 인물을 여럿 내세워서인지 각각에 대해서는 제대로 그려내지 못한 것도 아쉽다. 소설을 보고 남는 인물이 감건호 뿐이면 말 다한 것 아닌가. 그만큼 나머지는 별 개성이 없었다는 말이다. 그러다보니 끝에 가서는 붕 뜨는 인물도 있었다.

인물 묘사 부족은 특히 실종 사건 관계자들이 심했는데, 그게 이들의 행동이나 심리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게 했다. 왜 그럴 수 밖에 없었는지를 충분히 전달하지 못했기에 사건을 만들려고 작가가 좀 억지로 밀어붙였다는 느낌도 남았다.

그런 면은 마지막 장에서도 좀 보였는데, 마치 연극이라도 하는 듯한 대사와 상황 등은 너무 작위적이서 감동적이라기 보다는 좀 낮뜨거웠다. 멋진듯이 하는 얘기도 의외로 뜬금 없었고. 무슨 얘기를 하려는 건진 알겠다만, 전혀 적절한 예가 아니니 좀 뻥찔 수밖에.

청년 탐정 이야기도 소설 전제척으로 보면 사족같았다. 굳이 필요했나 싶었다는 말이다. 이들이 처음 조사하던 여고생 의뢰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니 제목에 넣을 정도는 더더욱 아니다. 차라리 탐정을 빼고 감건호와 왓슨추리연맹의 이야기를 더 단단하게 다지던가, 처음부터 끝까지 청년 탐정이 고군부투 끝에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로 만들었다면 더 나았을 거다.

그래도, 비록 여러 아쉬움은 있었지만, 나름 벌린 일들을 팽개치지 않고 그러모아 마무리한 것은 나름 괜찮았다. 한국 미스터리에서는 썩 잘 하지 못하는 지역과 지형 등의 소개를 이야기에 어우르는 것도 나름 잘했다. 이전에 고한 추리마을을 소재로 한 소설집을 봤을 때는 막상 지역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게 아쉬웠었는데 이 소설이 그때의 아쉬움을 좀 채워줬다. 고한읍이 추리체험 마을 조성을 추진하고 있는 곳이란 걸 생각하면 더 의미있는 것 같다.1

딱 부러지지 않는 엔딩은 별로 취향이 아닌데, 더 나아진 후속편으로 돌아와 아쉬웠던 것들을 날려 줬으면 좋겠다.

  1. 정황상 애초에 이걸 전제로 쓴 듯하다. 이 책은 ‘한국추리작가협회’ 기획으로 만들어 졌는데, 협회와 고한읍이 있는 정선군은 고한 추리마을 구성과 협회 발전을 위해 노력하자며 2017년 12월 업무협약(MOU)를 맺은바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