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프 차(Steph Cha)’의 ‘너의 집이 대가를 치를 것이다(Your House Will Pay)’는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스릴러 소설이다.

표지

이 소설이 모티브로 한 사건은 1992년의 ‘LA 폭동’과 그로 이어지는데 상당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짐작되고 있는 1991년의 ‘로드니 킹 구타 사건’ 그리고 일명 ‘두순자 사건’이다.

이 사건들은 흑백구도로 대변되는 대표적인 편견과 달리 미국의 인종차별이 얼마나 광범위하게 퍼져있으며 그것이 또한 얼마나 쉽게 심각한 폭력 사태로 번질 수 있는지도 보여준다.

물론, 꼭 그렇다고 잘라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거기에 이르는데는 앞서 언급한 사건 외에도 그동안의 미국 사회에서 있었던 충돌들, 그리고 거기에서 계속해서 흑인들이 느껴왔던 부당함과 화 등이 축적된 것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게 왜 하필이면 똑같이 인종차별 대상이라 할 수 있는 한인들에게 뱉어졌느냐는 역시 두순자 사건과 같은 게 아니면 쉽게 설명하기 어렵다.

저자는 실제 사건의 얼개를 거의 그대로 가져오면서도 상당수를 바꾸기도 했는데, 당시 사건을 다루었던 기사 등과 비교해보면서 쉽게 알아볼 수 있다. 이것들은 현실 사건에서는 쉽게 해소할 수 없었던 의문이나 등장인물들의 당위성을 보충해주는 역할을 한다. 굳이 어느 한편을 악인으로 묘사하지 않고도 어떻게 그런 사건이 일어날 수 있었는지를 설명해준다는 말이다. 그럼으로서 소설이 단지 당시의 사건을 재조명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 자신만의 이야기와 메시지를 담을 수 있게 만들어준다.

어느 누구도 악의적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또한 무고하지도 않은 인물 묘사는 상당히 현실감있으며, 과거와 현재, 흑인과 한국인 주인공들을 오가며 진행되는 이야기도 꽤 흥미롭다. 배경을 모두 풀어낸 후에도 범인은 누구인가 하는 것을 통해 꽤 흡입력있게 이야기를 끌어가며, 모든 일의 마지막에 뱉어내는 한마디도 뼈가 있다.

다만,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살아온 사람으로서 등장인물들이 왜 그렇게까지 행동하는지가 그렇게까지 선뜻 이해되지는 않았다. 어느쪽이든 소위 ‘급발진’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겨우 계산 전에 가방에 넣었다는 이유만으로 도둑으로 몰며 멱살을 잡는다거나1, 제아무리 억울하게 멱살을 잡혔다 치더라도 그렇게 죽일것처럼 안면에 주먹질을 해대는 것도 그렇고, 자기들은 피해자라는 합리화에 취해 전혀 상관없는 사람들을 습격하고 그들의 집과 가게에 불을 놓는 폭력사태를 일으키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이렇다보니 갑자기 깨달은 듯 입바른 소릴 지껄이는 것도 좀 위화감이 있다. 따지자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기도 하나, 그 전과는 너무도 다르게 마치 승화된 듯한 말로 뱉어내서다.

비록 역겹지만, 오히려 쉽게 이해가 가는 것은 성공을 위해 이들을 이용하려하는 언론이나 더러운 여론들이었다. 한국 사회에서도 이미 흔히리만큼 만히 겪어봤기 때문이다. 이런게 문화차이란 걸까. 주인공들에게 의문이 드는 것는 이야기에 공감하고 몰입해서 볼 수 없게 만든다.

드물지만 이상한 문장(매끄럽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뭔말인가 싶은 문장)도 눈에 띄어 번역/편집 역시 조금 아쉬웠다.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1. 굳이 카트를 쓰는 대신 충분히 가방에 넣었다 계산할 때 꺼낼 수 있다. 나 역시 자주 그런다. 우유 하나만 사면서 (충분히 손에 들 수 있는데도) 굳이 가방에 넣었다는 것은 물론 의심스럽기는 하지만, 그것도 얼마든지 그럴 수 있다. 처음에는 여러개를 사려다가 마음을 바꾼 것일 수도 있고, 습관적인 행동일 수도, 아님 막말로 그냥 편해서 그런 걸 수도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