팟빵에서 서비스 중인 ‘100인의 배우, 우리 문학을 읽다’는 한국 근현대 문학들을 각각 배우 1명씩 나눠 맡아 들려주는 시리즈다.

오발탄 1

팟빵 오디오북은 팟빵 앱에서만 이용할 수 있는 전용 컨텐츠다. iOS와 Android를 모두 지원하는데, 우선 눈에 들어오는 앱의 완성도는 좀 떨어지는 편이다.

물론, 기본 기능은 괜찮긴 하다. 미디어 재생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알림 영역을 통한 조작이라던가, 잠금화면에서 간단한 재생 정보를 확인하고 컨트롤 할 수도 있으며, 당연히 리모컨 등을 이용한 재생 조작도 잘 된다.

하지만 편의성이 크게 떨어지며, 자잘한 곳에서도 완성도가 떨어지는게 자주 보인다. 몇가지 예를 들면, 우선 내 구매항목을 보는게 안된다. 매번 검색해서 찾아가거나, 일종의 즐겨찾기인 구독이나 재생 기록 등 다른 기능을 통해서 접근해야만 한다.

구독목록

오디오북 채널의 일부 에피소드를 구매한 경우, 어떤 에피소드를 구매한 것인지도 제대로 표시되지 않으며 전체 에피소드가 있는 시리즈에서는 개별 에피소드를 구매할 수도 없다. ‘100인의 배우, 우리 문학을 읽다’이 딱 그렇다. 전체 목록을 볼 수 있는 채널도 있지만, 각 권마다 개별 채널도 있는데, 각자가 마치 별개의 상품인 것처럼 전체 채널에서는 전권 구매만 되고 개별 채널로 가야만 개별 에피소드를 구매할 수 있다.

에피소드 듣기

따로 ‘재생 목록’을 지원하지 않고, 전체 채널을 구매한 경우에만 순서대로 이어서 들을 수 있게 되어있어서 연속해서 듣는 것도 여의치 않다.

재생 에피소드 목록

재생과 채널 정보, 설정 등을 오가는 경로도 너무 길다. 해당 페이지로 바로 가는 링크나 메뉴가 없기 때문이다.

오디오북 페이지의 정보가 ‘더보기’를 누른 후에도 일부 짤린 듯 보이는 것이나, 제목과 저자에 같은 정보가 표시되고, 잠금화면에 재생중인 에피소드의 표지가 나오지 않는 문제도 있다.

잠금화면 표지 누락

얼마 전까지는 안드로이드에서 제대로 재생이 안되는 문제도 있었는데, 팟캐스트 분야에서는 꽤 오랫동안 서비스를 한 것 치고는 앱이 아직 개선의 여지가 많아서 아쉬움이 많았다.

앱의 완성도와는 달리, 컨텐츠는 대체로 만족스럽다. 100개의 작품 중 이번에 들어본 것은 ‘최민식이 읽는 이범선의 오발탄’, ‘이지혜가 읽는 주요섭의 사랑손님과 어머니’, ‘강부자가 읽는 계욕묵의 백치 아다다’ 세개인데, 이미 검증된 작품을 사용했기에 기본적인 질을 보장하는데다, 그걸 작품마다 다른 배우가 하나씩 맡아서 낭독함으로써 각기 다른 맛이 느낄 수 있게 한 것도 꽤 매력적이었다.

배우의 낭독이라는 것이 꽤 좋았던 것은 단순히 좋아하는 배우의 목소리를 만날 수 있다거나 그들의 이름값 때문만이 아니라, 그들이 보여주는 재능이 오디오북에도 의외로 적절하기 때문이다. 나래이션처럼 본문을 읽는 것 뿐 아니라 연기 경험을 살려서 마치 라디오 드라마처럼 연기하듯 대사를 들려주는 것도 꽤 괜찮았다.

물론 때로는 그게 어색하게 들리기도 한다. 소설을 보며 상상했던 극중 인물과 어울리지 않을 때도 있기 때문이다. 얘를 들면, 북한 말투라고 생각했던 것을 그냥 읽는 것 같은게 그렇다. 그 밖에도 몇몇 어색하게 들리는 문장이나 대사도 있는데, 아무래도 애초에 읽기 위해 쓴 것이 아니고, 혼자서 여러명 역할을 모두 해야하다보니 그런 것이 아닌가 싶다.

다만 이는 작품이나 낭독한 배우에 따라 많이 갈리는 편이라 일률적으로 말하기는 어려우며, 개인에 따라 호불호도 있을 듯하다. 전체적으로는 만족스러운 편인데, 특히 1인칭 시점으로 쓴 작품의 경우 더욱 듣기 좋았다.

음질은 좀 아쉬운 편이다. 말 위주라 듣는데는 무리가 없지만, 그렇게 고음질이 아니다보니 때론 지지직하는 잡음이 섞여 들리기도 한다. 아무래도 다운로드 없이 스트리밍으로만 이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네트워크 사용량을 고려해 음질을 낮춰서 그런게 아닌가 싶다. 지금은 모바일 네트워크 속도도 빠르고 WiFi도 수월히 이용할 수 있는데, 개인이 이용 환경에 따라 음질을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내용은 굳이 얘기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이미 대부분은 읽어봤을 것이라서다. 단편이라 짧아서 완독을 했다는 것도 좋고, 내용도 재미있는 것부터 묵직한 울림을 주는 것까지 여러가지를 맛볼 수 있어서 좋았다. 그런 점에서 애초에 그런 장점들이 보이도록 시리즈 구성도 잘한게 아닌가 싶다.

워낙 유명한 작품들이라 이미 상당수 읽어 본 사람도 많겠지만, 오디오북엔 그만의 매력이 있으므로 다시 들어봐도 좋을 것 같다. 아직 오디오북을 접해보지 않았던 사람이 처음 접하기에도 적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