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을 건너온 약속’은 간토대학살을 소재로 한 소설이다.

표지

일본은 여러모로 나찌 독일을 연상케 하면서, 또한 지금의 독일과 비교되는 나라기도 하다. 전범국이라는 점이 그렇고, 역사에 대한 반성이 없다는 점이 그렇다.

일본인들의 기묘할만큼 잔인했던 행위들도 나찌 독일 당시의 독일 사회를 설명하기 위해 제시된 개념인 ‘악의 평범성’에 실로 잘 부합한다. 그 대표적인 사건 중 하나가 바로 ‘간토 대지진 조선인 학살 사건(関東大震災朝鮮人虐殺事件)’으로, 군부 등 권력층에 의해서가 아니라 일반인들에 의해 저질렸다는 점에서 더 충격적이다.

소설은 간토대학살이 어떤 과정으로 벌어졌으며, 그 배경에 대해 어떤 의견들이 있는지, 사건 후 살아남은 사람의 이야기나 일본 정부의 이후 대처, 사람들의 망각과 부정, 그런 모든 것들에도 사라지지 않은 진실과 그것들을 추구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꽤나 잘 담았다. 실제 역사를 소재로 한 만큼 이 부분에 신경 쓴 듯하다.

충분히 공분할만한 일이지만 흔히 화자되는 극우들의 발언처럼 이분법적으로 편을 가르거나 하지 않고 여러 입장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고루 다룬 것도 좋았다. 생각보다 잘 모르는 사람도 많은 일본인들의 이야기는 쉽게 소비되며 편견을 가중시키는 극우들의 그것과는 다른 일본의 다른면을 보여주기도 한다.

전후에도 계속 이어진 권력과 사회의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양심에 따르며 진실을 밝힌 사람들의 이야기는 생각보다 울림이 있다. 소설의 모티브인 낭독극 ‘약속은 지금도(約束は今も)’도 좀 그렇다.

타임슬립물로서는 좀 설렁설렁한 부분도 있는 등 그렇게 좋기만 한 것은 아니나, 그것 자체가 주요한 것도 아니고, 앞서 얘기한 요소들이 긍정적이기에 전체적으로는 꽤나 괜찮다.

이 리뷰는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