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는 남자‘는 이림의 정식 데뷔작이다.1 연재 당시2에도 정말 잘 만든 만화라고 생각했었는데, 다시봐도 여전히 좋고 재밌다.

죽는 남자 1권 표지 죽는 남자 2권 표지 죽는 남자 3권 표지

작품은 젊은 나이에 갑자기 죽음을 선고받은 청년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고작 100일 남짓하는 시간만이 남은 청년은 차분히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주변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몇몇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새로운 할일이 생겨나면서 시한부란것도 잊을만큼 바쁘게 지내게 된다. 떠날 준비만으로도 모자랄판국에 새로운 할일이라니.. 신이 있다면 그는 정말이지 사람 부려먹기 좋아하는 자일거다.

처음부터 시한부 선고를 받고 시작하는데도 이야기는 그리 무겁지 않은데, 그건 무엇보다 주인공이 자신의 상황을 꽤 담담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냉정하고 싸가지없고 생각이 빠르고, 거기에 행동까지 빠르기 때문일까. 슬퍼할 겨를도 없이 주변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가능한 남을 사람들이 아프지 않도록, 자기가 떠난 후에도 잘 살 수 있도록 말이다.

그래서 이 작품에는, 젊어서 죽음을 선고받았다는 점이 주는 찡함도 있고 남을 사람을 생각해 행동하는 남자가 주는 감동같은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서글픔이 깔려있다. 그의 신변 정리 방식은 외로운 것이었기 때문이다. 곧 죽는다고하면 손쉽게 ‘사랑하는 사람과 하루라도 더 오래 함께’같은걸 떠올릴법도 하건만. 또 대부분은 곧 떠날 자신을 위해서 그렇게 하련만. 그래서 스스로도 싸가지없다고 하는 이 막말하는 남자를 미워할 수가 없다. 보다보면 비호감인듯 하던 남자에게 점점 감정이입을 하고, 그의 감정에 동화하게 되고, 결국엔 그만 울컥하고 마는거다.

이야기가 끝나고나면 이런걸 봤을때 의례드는 상투적인 감상, 즉, ‘오늘 하루 살아있음이 고맙다’는 감정에 젖는다. 하지만, 그보다 더 밀려오는것은 스스로에 대한 궁금함이다. 과연 나에게 똑같은 선고가 내려졌을 때, 나는 어떻게 나 자신을 정리할까. 나의 마지막도 의미있을까.

  1. 비공식으로는 웹툰 투고란을 통해 연재하던 ‘R에 관해서’이 있었다. 이게 좋은 평을 받아 정식으로 데뷔하게 된 것인데, 신기하게도 다른 작품으로 연재를 시작했다. 초기작은 후에 리메이크하여 다시 연재한다. 

  2. 연재처인 다음만화속세상에 따르면 연재기간은 다음과 같다: 2006-03-15 ~ 2007-02-07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