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치다 마카(餅田 まか)’의 ‘13년 후의 너(13年後の君)’는 환생 후 다시만난 연인과의 이야기를 그린 로맨스 만화다.

표지

이야기는 주인공이 전생을 떠올리며 시작된다. 이 재수없는 주인공은 하필이면 연인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프로포즈를 하려던 차에 그만 사고를 당해 죽어버렸던 것이다. 그 후로 벌써 13년이 흘러버렸고, 옛 연인은 자신이 다니는 중학교에 신임 교사로 와있다.

어라? 이 정도로 우연이 겹치면, 오히려 재수가 좋은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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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는 환생을 소재로 하고있기 때문에 일단 ‘판타지’로 보기는 한다만, 막상 본편에서는 전혀 그런 면이 나타나지 않는다. 환생은 어디까지나 옛 연인을 어린 나이로 다시 만나게 하는 장치로서만 그 역할을 할 뿐, 그 후로는 어디까지나 평범한 일상과 그 속에서 계속 이어지는 과거로부터의 마음만을 그려낼 뿐이다.

전생을 떠올린 시점에서 주인공은 13살인 아이 ‘후시미’이면서 또한 22살의 어른인 ‘타츠오미’이기도 한 미묘한 인물이 되었다. 그렇다고해서 그게 딱히 극적인 변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데, 그것이 이 만화를 일상물의 일종으로 보이게도 한다. 후시미라는 인물에 대해서도 더 얘기할 겸 동급생들과의 일화를 보여주는 비중이 꽤 높아서 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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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반대로 말하면 그만큼 로맨스의 비중이 낮다는 말이기도 하다. 무려 22살의 나이차를 가진 선생과 학생이라는 입장은 아무래도 두 사람의 관계가 쉽게는 나아가지 못하게 한다. 그러면서도 이전과 다르지않은 마음을 다시금 확인한다던가, 은근히 타츠오미임을 떠올리게 할만한 말 등을 하면서 복선을 깔기도 해서 두사람의 이후 이야기가 어떻게 이어질지 궁금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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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물로서의 장점은 주인공인 후시미의 감정 묘사가 상당히 잘 되어 충분히 공감도 되고 이입도 할 만하다는 거다. 단점은 역시 두 사람의 나이차이가 좀 많이 나는데다, 무엇보다도 후시미의 나이가 너무 어리다는 거다. 그래서 기껏 잘 묘사한 감정이 쉽사리 로맨스로 이어지지가 않는다. 우타코가 후시미를, 때로는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이기도 하나, 어디까지나 어린 학생이라고 여기는 것이 그것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이 나이라는 벽을 어떻게 극복할지도 앞으로 지켜봐야할 점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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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면서 후시미의 태도는 좀 걸리는데, 일본의 화법을 모르면 영 이상하기 때문이다. 나이차이가 꽤 나더라도 친구처럼 이름만 부르기도 하는 것이나 연상 연하와 관계없이 여자는 존댓말을 남자는 반말을 쓰는 것 등은 일본의 문화적 특징이라 할만한 것들이다. 한국에는 전혀 그런 문화가 없기 때문에 적당히 존대를 정리하고 호칭을 붙인다던가 하는 식으로 바꾸기도 하는데, 이 책에서는 반말로 이름만 부르는 걸 그대로 놓아둬서 좀 어색해 보인다. 그나마 환생이라는 설정을 알고서 보기 때문에 그렇게 나쁘게 다가오지는 않지만, 새삼 문화차이가 있다는 걸 실감하고 이야기에서도 좀 거리감을 느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