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세개의 바다 : 바리’는 바리데기 설화를 현대적으로 다시 그려낸 소설이다.

표지

소설의 원전인 바리데기 설화는 한국인에게 가장 유명한 설화 중 하나다. 시련을 극복하고 대성을 이루는 전형적인 영웅 이야기의 틀을 갖추고 있으며, 저승이라던가 부활이라던가하는 판타지 요소도 매력적이어서 그런지 생각보다 그 큰 틀을 차용하거나 모티브로 삼은 캐릭터를 등장시키는 작품도 많다.

이 소설은 그런 ‘영향을 받은’ 것들과 달리 아예 바리데기 설화를 그대로 가져와 다시 쓴 것이다. 그러면서 많은 부분들을 현대적으로 바꾸었는데, 그걸 생각보다 나쁘지 않게 잘 그려낸 느낌이다. 현대의 기계들을 조금 다르게 구현해놓은 듯한 장치들이 있는 13층으로 이루어진 저승 바다도 나름 흥미롭고, 그곳을 바리가 아닌 그의 어미 공덕이 해쳐나간다는 이야기도 나쁘지 않다.

새로운 주인공이 주요한 역할을 가져가면서 원전의 주인공이었던(그리고 소설의 제목이기도 한) 바리가 소홀해지지 않는 것도 좋다. 그녀는 이야기가 시작되는 이유와 계기이기도 하며 주요한 장면에서도 활약을 함으로써, 설사 대부분의 이야기 전개를 공덕이 하더라도 바리 역시 여전히 주인공 중 하나임을 느끼게 한다.

현대 소설이라는 걸 감안하면 이야기의 완성도에는 좀 아쉬움이 남는다. 기본적으로는 동화적인 이야기라 그런지 몇몇 부분을 설렁하게 넘어가기 때문이다. 처음 시작할 때 원전 속 바리가 못마땅하다는 듯한 얘기를 꺼낸 것도 그런데, 그런 것 치고는 소설 속 바리 역시 딱히 별 다른 당위성 없이 오히려 더 치기어린 이유로 행동해 마뜩지 않다.

연출적인 면에서 다소 만화나 애니메이션 등에서나 통하는 표현을 그대로 사용한 것도 아쉬웠다. 이런 묘사는 소설을 마치 한편의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 처럼 느끼게도 하나, 단편적인 장면에 많은 것을 함축적으로 담기위한 영상적인 표현을 그대로 글로 옮기는 것은 그것이 상당히 왜곡되고 과장된 것이기에 되어있기에 역시 좀 이상하고 어색하며 글만이 가진 맛 역시 포기하는 것이라서 결론적으로는 썩 좋지 않은 선택이다.

제대로 퇴고되지 않은 이상한 문장이 많은 것도 아쉽다. 앞뒤를 통해 어떤 문장을 쓰려 한 것인지는 충분히 짐작되나, 좀 더 마무리에 신경썼으면 좋았겠다.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