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리 바친스키(Андрій Бачинський; Andriy Bachynsky)’의 ‘적막에 귀 기울일 때(140 децибелів тиші; 140 Decibels of Silence)’는 장애인 아동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표지

참 재수도 없지. 딱히 잘못한 것도 없는데 오로지 남의 잘못에 잘못 휩쓸려 장애를 얻고 심지어 고아까지 되어버린 어린 소년의 상황은 그저 가련하고 안타까울 뿐이다.

엎친데 덥친격으로 먼 친척들마저 그를 맡는 걸 거부하면서 그는 결국 농인 기숙학교로 보내지게 되는데, 그 절망적인 순간에 뜻밖의 인연을 만나게 되면서 소년의 이야기는 크게 변화하게 된다.

청소년 소설로, 어린 소년 소녀의 성장을 그린 소설이기도 하지만, 이 소설은 또한 장애인 아동 문제를 적나라하게 담은 사회적인 소설이기도 하다. 아니, 보다 정확하게는 후자가 훨씬 더 비중이 높다.

물론 청소년 드라마인만큼 그런 전개를 통해 꽤나 극적으로 갈등을 해소하며 희망적으로 이야기를 끌어가기도 한다만, 그 세부 묘사에서는 드라마 자체보다 장애인들의 처우나 장애 아동들이 겪어야 하는 어려움과 그 때문에 결국 처하게 되는 상황이나 그들에게 남겨진 선택, 그리고 그를 이용하는 사람과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시스템 같은 걸 보여줌으로써 사회적인 관심과 보완을 촉구하기도 한다.

이야기 자체는 꽤나 익숙하다. 이미 고전 등으로 여럿 봐온 설정이나 상황들을 적당히 섞은 것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에 유사한 작품을 봤던 사람이라면 너무 많은 기시감에 좀 실망스러울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더라도 여전히 장애인과 아동 문제라는 사회적인 메시지는 빛을 바래지 않으며, 클리셰처럼 사용되는 이야기인만큼 꽤 볼만도 하다.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