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백 년째 열다섯’은 단군신화와 구미호를 새롭게 그려낸 소설이다.

표지

구미호를 비롯한 여우 설화는 꽤 다양한 모습이 있다. 어떤 것에서는 전형적인 악한 요괴처럼 나오는가 하면, 나름대로 안타까운 사연을 가진 측은한 존재로 비치기도 한다. 그래서 인간과의 로맨스 같은 것에 좋은 소재로 활용되기도 한다.

언젠가부터 간을 먹는 (인간에겐) 악한 이미지가 강하게 뿌리를 내리긴 했지만, 여우 설화 중에는 일종의 초자연적인 존재나 신령으로 이야기 되는 것도 많은데 이 소설 속 ‘야호’는 좀 더 그쪽에 가깝다.

거기에 단군 신화를 변형한 유례를 더해 야호족의 탄생이라던가 호랑족과의 대립 등을 그렸는데 익숙하면서도 새롭게 만들어낸 세계관이 나름 매력있다.

열다섯에서 나이가 멈춘 여자아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도 꽤나 적절해서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하는데 어색함이 없게 해준다. 오랫동안 아이의 모습으로 살아오면서 제대로 된 성인으로서의 삶을 이어갈 수 없었다는 것이 무려 500년이나 살아왔다는 설정인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어리숙하고 아이같은 면모를 지닌 것을 어느정도 그럴듯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수를 하기도 하고, 그러면서 성장도 하는 이야기가 꽤 볼 만하다.

다만, 어린 외형이라는 한계를 어느정도 극복 가능했다는 것이나 마냥 어린이처럼 살아왔다고 하기엔 여러 일들을 겪었다는 점 때문에 이제와 새롭게 아이로서의 평범한 삶을 살아간다는 것에 미묘한 어긋남이 느껴지기도 한다.

더 아쉬웠던 것은 후반 완성도가 좀 떨어진다는 거다. 전개가 다소 급하고, 잔뜩 끌어올린 긴장도 데우스 엑스 마키나 식으로 너무 쉽게 해소해버린데다, 그 덕분에 몇몇 요소들은 맥거핀화 되어버리기도 한다. 어째서 지금에 와서야 그게 가능했는지를 설득력있게 전해주지 않기 때문에 ‘이렇게 쉽게 해결 될 거였으면 진작에…‘라는 의문이 남으며, 그것이 이야기 전체에 악영향을 끼친다. 그 전까지가 나쁘지 않았기에 더 아쉽다.

그래도 나름 완결성있게 이야기를 마무리 지은 것은 나쁘지 않다. 그러면서 설정이나 이야기에 시리즈의 가능성을 남기기도 했는데, 후속권을 내놓는다면 또 어떤 이야기를 보여줄지, 그 완성도는 어떨지 궁금하다.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