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61년’은 최악을 막기 위해 역사를 바꾸려는 시간여행 탐사자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표지

참 잘도 이런 소설을 썼구나 싶다.

엄밀히 말하자면 특별한 점을 찾아보기는 좀 어려운 소설이다. 기존의 인간에게 정신만 옮겨간다는 나름 독특해보이는 시간여행도 이미 가상현실을 소재로 한 SF 소설과 그를 원작으로 한 영화에서 똑같이 봤던 것이며, 팬데믹으로 인한 인류 위협 역시 (특히 코로나19 이후로 더) 흔한 종말론 적 세계관인데다, 세종과 한글의 대단함 역시 아무데서나 걸핏하면 언급되고하는 대표적인 국뽕 요소이기 때문이다.

이렇게만 놓고 보면 그저 식상함 그 자체일 것 같다. 거기다 국뽕이라니.

그러나 소설에서 더욱 중요한 것은 소재 그 자체보다는 그것들을 어떻게 엮어서 보여주느냐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감탄이 나오는 부분이 많다.

과거로의 시간여행, 심지어 특정 시간으로 돌아간다는 점 때문에 이 소설은 자연히 역사 소설의 면모도 함께 띄는데 저자는 그 역사에 사실과 허구를 교묘하게 섞어두었다. 일부러 나중에 다른 사실이 발견되지만 당시로서는 몰랐다는 식의 언급까지 해서 소설만 봐서는 무엇이 진짜 역사고 무엇이 소설을 위해 만들어낸 것인지 헷갈릴 정도다. 다소 호불호도 갈릴 법하고, 역사를 다룬 것으로는 논란이 있을 수도 있겠다만 여진족과 몽골 이야기 같은 것도 꽤 흥미로웠다.

한글에 대한 부분은 저자가 ‘한글만능론’에 빠져있는 것은 아닌가 싶을 정도로 국뽕에 가득차있다. 당장 ‘모든 소리를 표현할 수 있다’는 것 부터가 도시전설인데 그걸 그대로 등장시키기 때문이다. 한글을 만든 세종의 의도 역시 한글의 부풀려진 위대함과 함께 좀 뻥튀기 된 느낌이다.

그런데 정작 그 주인이라 할 수 있는 한국인들의 처지가 안습해서 이 국뽕에 조금 찬물을 끼얹는다. 그래서 기묘하게 균형을 잡는달까. 물론 따지자면 이 둘은 애초에 균형을 잡고 말고 할 관계가 아니긴 하다만, 국뽕이 가져다주는 특유의 껄끄러움을 가라앉혀주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게 한껏 중요하게 부각시켜논 한글을 둘러싼 이야기도 꽤 볼만했다. 나비효과를 전면 부정하는, 강한 복원력으로 큰 흐름을 유지하는 역사관이나 그걸 흔들기 위해 사피어-워프 가설을 사용한 것도 나쁘지 않았다. 비록 반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기도 하기에 인정은 받지 못하지만 근래에도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혹할만한 이론이라 이런 소설에 사용하기엔 재밌는 소재지 않았나 싶다.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