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가는 23가지 방법’은 자기만의 수집벽을 가진 세 사람이 만나 벌어지는 일을 그린 성장 소설이다.

표지

서로 친구가 되는 ‘나’, ‘모’, 그리고 ‘네이’는 전혀 다르면서도 또한 비슷한 점이 있다. 모두 무언가를 수집한다는 거다.

주인공인 ‘나’는 길을 모은다. 학교에서는 물론, 병원이나 네이네에서 집으로 가는 길도 모두 모은다. 출발지와 목적지가 달라서 달라지는 길만 모으는 것이 아니다. 학교처럼 늘 반복해서 오가는 곳이라도 버스를 탈지, 지하철을 탈지, 혹은 걸을지에 따라 달라지는 길도 서로 다른 길로 모은다.

그것을 기록한 것에는 단지 어디어디를 거쳐가는지가 적혀있을 뿐이지만, 주인공이 모은 길에는 무엇을 볼 수 있다던가, 어떤 경험이 마음에 들었다던가 하는 것들이 포함되어있다. 그것들이 있기에 수집한 길들은 모두 각자만의 가치가 있다.

주인공이 길을 수집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작은 일탈을 행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죽음을 향해가는,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가족이 있기에 신경쓰고 조심해야 하는 것에서 답답함도 느끼고 그래서 거기서 조금이나마 벗어나고자 했던 것이다.

그를 통해 다양한 길을 찾아내는 것은 그만큼 다양한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처럼도 보인다. 얼핏 환경에 매여있는 것 같지만 사실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 같단 얘기다. 어쩌면 단지 아직 알지 못하고 찾지 못했을 뿐은 아닐까. 가보기 전에는 어떤 길들이 있었는지 알지 못했던 것처럼 말이다.

수집한 길들의 목적지가 모두 집이라는 것은 주인공이 결국에 향할 곳이 어디인지를 보여준다. 어떤 교통편을 이용하더라도, 얼마나 멀리 돌아가게 되더라도, 그 과정에서 얼마나 멀리 떨어지던, 그래서 얼마나 긴 시간이 걸리던 결국엔 집, 그리고 가족에게로 돌아가다는 것이다.

주인공네 가족의 마음도 그렇다. 그 끝이 어렴풋하나마 확실히 보이는 어두운 풍경이 투병생활이기에 결국 참고 참다가 끝내 폭발하기도 하지만 그들은 결국 그것보다 더 중요한게 있다는 듯이 서로에게 돌아오고 이해하며 위할 것이다.

아마도 그럴 것이다. 저자는 그걸 명확하게 그리지 않고 흘리는데, 그게 마무리를 대충 얼버무리는 듯한 느낌을 준다.

다분히 민폐스러운 사건이 어떻게해서 일어나게 된 것이며 왜 그래야만 했는지도 똑부러지게 말하지 않는다. 대신 언니의 대사나 주인공의 생각을 통해 은근히 흘리기만 할 뿐이다. 그래서 이들에게 잘 공감이 되지 않고, 해소가 되어야 할 감정도 그러지 못한채 찜찜하게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