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50 클럽’는 선진국을 보는 기준으로 내세우는 동명의 용어를 화두로 한국과 그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주변국들의 근현대 모습들과 그에 대한 평을 담은 소설이다.

표지

일단 ‘소설’이라고는 하는데, 막상 펼쳐보면 이 책은 전혀 소설같지 않다. 애초에 작가인 홍상화가 자신의 지인인 김교수와 나눈 대화를 엮은 것을 1, 2부, 이교수와 나눈 대화를 엮은 것을 3, 4부로 정리해 모은 것이기 때문이다.

형식도 대화를 나누게 된 과정과 전체적인 개략을 소개하고 그 후로는 죽 두 사람이 주고받은 대화만 나온 대화록의 형태를 띈다.

내용도 한국 근대사와 그로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정세에 대해 이야기하고 거기에 대한 간단한 평 등 의견을 나눈 것이라 정치적인 에세이에 가깝다.

그래서 보다보면 한국을 다시 돌아 볼 수도 있고 그에 대한 평도 볼 수 있어 나름 유익하기는 한데, 워낙에 이런 부류의 얘기가 개인적인 성향에 따라 크게 갈리기 때문에 저자와 생각이 다르다면 불편하겠구나 싶은 점도 많았다. 긍정적인 것과 소위 ‘국뽕’의 경계도 조금은 아슬하게 왔다갔다 한다.

애초에 국민소득 3만달러에 인구 5천만을 영어로 표현했을 때 쓰는 숫자(30 Thousand, 50 Million)에서 따온 ‘30-50 클럽’이라는 것부터가 그렇다. 이 용어의 전신인 ‘20-50 클럽’ 자체가 연구나 조사 등을 통해 나온 게 아니라 조선일보에서 어느 날 들이밀은 것인데다, 그 내용도 모든 것을 뭉뚱그려 단지 GDP와 인구수만을 놓고 보기에 ‘선진국의 조건’이라는 것이 잘 와닿지 않기 때문이다. 심지어 예전에 20-50으로 한 것도, 지금 30-50이라 하는 것도, 그리고 앞으로 40-50을 얘기하는 것도 어디까지나 한국의 GDP만을 기준으로 삼은 것이기에 더 그렇다. 그런데도 ‘클럽’이라느니, 가입했다느니 하면서 얘기하는게 조금 우스워 보인달까.

그 외에 몇몇 예민한 얘기들 중에도 나와는 생각이 다른게 꽤 있었다. 하지만, 하나하나를 집으면서 세세하게 얘기하거나 주장한 것은 아니라서 그저 ‘나와는 생각이 다르군’하고 넘어가는 수밖에는 없었다. 이건 책이 서로 의견이 다른 두 사람이 나와 토론하는 게 아니라 전체적으로 비슷한 두 사람이 그저 얘기를 나누는 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래도 책에서 얘기하는 여러 내용들은 살펴보고 또 찾아 볼만한 것들이 많았다. 의견이 다른 것은 왜 그런지 다시 생각해 보기도 했는데, 관련 정보를 찾아보고 정리해 보는 것도 공부가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