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 이스턴(BB Easton)’의 ‘4남자에 관한 44장의 일기(44 Chapters about 4 Men)’는 일기 형식으로 사랑과 섹스에 대해 거침없이 적어낸 소설이다.

표지

얼마나 거침없이 적어냈느냐면 거의 에로 소설에 가까울 정도다. 꽤나 노골적인 성애 묘사가 있는데다 그 수위 역시 결코 낮지 않아서 더 그렇다.

그렇다고 성적으로 자극적인 맛만 내기 위해 그런 장면들이 들어있는 것은 아닌데, 애초에 이 소설의 일부는 남편인 ‘켄’이 보고 자극을 받으라고 쓴 어느정도는 판타지가 들어간 소설 속 소설이기 때문이다. 그런 목적으로 쓴 글이니 당연히 그 수위도 ‘비비’가 원하는 것 만큼이나 자극적인게 당연하지 않겠는가.

이건 자칫 허술해보일 수 있는 이야기 구성에도 꽤나 적당한 변명거리가 되어준다. 냉정하게 말해 로맨스 소설로서 이 소설은 그렇게 이야기가 잘 짜여져 있는 것은 아니다. 비비가 과거의 남자들을 들먹이면서 묘사하는 것은 그들과 나눴던 경험과 로맨스가 아니라 (앞서 말했듯이) 대부분 성애에만 그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그 외의 부분은 해당 씬의 남자가 누구인지와 거기에 이르게 된 상황 설명을 대략적으로만 적었다. 진짜로 지인이나 개인적인 일기장에 털어놓는 것처럼 말이다.

이를 보충하기 위해서인지 남편에게 보일 꽤나 판타지를 섞어 꾸며낸 일기가 아닌 진짜 비밀인 일기에서 실제 관계가 어떠했는지를 일부 풀어내기도 한다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일부일 뿐이라 비비가 만난 남자들과의 이야기가 제대로 된 연애 이야기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소설 속 일기장의 목적으로 비롯된 씬 위주라는 단점이 전체 소설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는거다.1

부인의 비밀 일기장 속 섹스 판타지를 보고 변해가는 남편의 모습도 너무 단순하게 그렸다. 켄이 무엇에 자극을 받았는지나 어디서 어떻게 동기부여를 받았는지에 대한 내용없이, 단순하게 스펀지처럼 쭉 빨아들이고 똑같은 짓을 현실에서 재현하는 것은 쉽게 공감이 가지 않는다. 1인칭 일기형식이라는 소설의 한계인 셈이다. 부인의 전 남자와의 관계를 보고 흥분한다는 것도 다소 네토라세 적이어서 좀 호불호가 있다.

그러나 남편과의 애정을 바닥에 깔고 그걸 지속적으로 내보이며 딱히 불륜이나 변태같은 짓을 저지르거나 하지는 않기 때문에 관계가 깔끔하고, 비비의 남편에 대한 묘사나 불만 같은 것들은 꽤 현실적인 공감점도 많아서 의외로 이입은 잘 되는 편이다.

꽤나 분방한 성적 취향과 관계를 적어낸 것이나 다소 판타지를 섞은 씬들도 매력적으로 잘 그려냈다. 이것 만으로도 충분히 볼 만하다.

내용 외적으로는 이상한 문장들이 몇개 있다는 것이 걸렸는데, 단순 오타가 아니라 뭔소린가 싶은 문장도 있어 편집 실수가 아닌가 의심스럽다.

이 리뷰는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1. 다만, 이는 어느정도 의도한 구성같기도 하다. 본편에서 이미 스핀오프를 광고하는 걸 보면 말이다. 당연히 그 스핀오프는 앞서 부족하다고 얘기했던 각 남자들과의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