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후’는 결혼 갱신제를 도입한 가상의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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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에서 말하는 ‘결혼 갱신제’란 결혼 후 5년이 지나고 나서, 그 결혼을 계속 유지 즉 갱신할 것인지 아니면 파 즉 갱신하지 않을 것인지 선택하게 하는 제도다. 이혼이라는 지난한 절차를 통해야만 결혼을 파할 수 있는 현재와 같은 결혼 방식도 ‘결혼 종신제’라는 이름으로 여전히 유지되며, 대신 기혼자들에게도 갱신제로의 전환 기회가 주어진다.

이 새로운 제도는 결혼을 했거나 결혼을 하려는 사람들 모두에게 새로운 선택지를 건네준다. 갱신제를 택할 수 있으므로 법적 결혼을 애써 피하며 사실혼만으로 살아볼 필요도 없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갱신여부를 다시 선택할 수 있으므로 실패한 결혼을 억지로 유지해야만 할 필요도 없으며, 정말로 원한다면 종신제를 택해 갱신제보다 안정적인(?) 결혼 관계를 맺을 수도 있을 뿐 아니라, 도저히 어찌할 수 없을만큼 파탄이 났다면 여전히 이혼을 선택할 수도 있다.

이렇게만 보면, 얼핏 결혼 갱신제는 현재의 결혼 제도를 상당히 보완한 괜찮은 제도처럼 보인다. 그러나, 좀 더 꼼꼼히 들여다보면 어째서 이제까지의 결혼 제도가 종신만을 전제로 이루어져 왔는지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갱신제에는 문제의 소지가 많다는 것도 쉽게 알 수 있다. 당장, 결혼 생활에서 가장 힘든 시기라 할 수 있는 5년을 갱신 시점으로 잡은 것부터가 그렇다. 자동 파혼을 기본으로 한 갱신제는 사실상 ‘결혼 생활은 5년까지만’이라고 부추기는 것이나 다름 없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후속 문제에 대해 연구를 하고 관련 부서를 만들어 대응을 한다고 하기는 한다. 그러나, 그 상세까지는 제대로 다루지 않기 때문에 기껏 관심을 끈 제도가 좀 현실성 없어 보이는게 사실이다.

이것은 저자가 결혼 갱신제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춘게 아니라, 새로운 혼인자들의 갈등과 기존 혼인자들이 끌어안고 있던 문제, 그리고 거기에 수반되는 가족 문제를 중점으로 이야기를 썼기 때문이다. 개중에는 오롯이 결혼 갱신제와 그 부가 제도를 설명하기 위해 실은 것도 있기는 하다만, 주요한 것들은 대게 현재의 문제를 부각시켜 드러내고 왜 이렇게 안하냐고 꾸짓기 위한 발화장치로서 결혼 갱신제를 사용할 뿐이다.

그래서 이 소설은 독특한 설정을 갖고있는 것 치고는 되게 익숙한 느낌이 많이 든다. 근래의 유행이라 할 수 있는 여성의 패미니즘을 주로 다루기에 더 그렇다. 그래서 여러 나이대와 상황을 다루며 다양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 것 치고는 은근히 편향된 면도 보이는데, 이러한 것은 역시 아쉬움으로 남는다.

결혼 갱신제 자체는 좀 극단적이고 현실적이지 않은 면이 있으나, 그에 따르는 부수적인 제도 중에는 꽤 그럴듯한 것들도 많다. 고령화나 취업, 육아 문제 등에 대한 개선안이 그렇다. 그걸 연관된 사람들의 이야기로 나쁘지 않게 보여주기에 나름 고려해볼만한 것으로 생각케 한다.

소설은 이야기보다는 더 나은 사회를 위한 제도와 그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 더 많이 담겨있다. 그것들은 비록 다 공감이 가는 것은 아니다만, 현실적인 문제들을 잘 거론했기 때문에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를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한다.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