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인의 사육사’는 독특한 범죄를 그린 소설이다.

표지

소설은 한 사육사의 죽음을 먼저 보여주며, 마치 그 죽음에 얽힌 비밀을 풀어내는 일종의 미스터리물인 것처럼 시작한다. 그러나, 시작 이야기가 조금 미묘했던 것에서 어느정도 짐작했을 수도 있는데, 이 소설은 그런 이야기와는 상당히 결이 다르다. 비교적 빠른 시간에 복수라는 이유와 사건의 시발점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어느정도는 미스터리물로서 즐길 수도 있는데, 대체 왜 이들이 복수를 결심하게 되었는지나, 굳이 그런 방법을 택한 이유는 무엇이며, 또 등장인물들의 정체 등에서 여전히 약간의 비밀이 남겨져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 과연 이 복수의 시간은 끝내 어떤 결말에 다다르게 될지도 궁금하게 한다. 완전한 결말에 다다르기까지 계속해서 말이다.

주요 내용을 포함하고있으니 주의 바란다.

그랬던 이유 중 하나는 대체 어떻게 마무리 지으려고 하는 건지 당최 짐작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갈수록 도저히 수습할 수 없어지는 것 같았달까.

그걸 어떻게보면 깔끔하게 처리해버렸으니, 어떤 의미로는 참 감탄이 나온다. 설마 그때까지의 것들이 모두 맥거핀에 불과했을 줄 누가 알았겠나. 문제는 그 덕에 이야기가 좀 붕 뜬 느낌이 든다는 거다.

사실 이 문제는 최종 단계에 들어가기 전부터 있긴 했다. 등장인물들의 사연을 지나치게 기구하게 설정했기 때문이다. 안그래도 그런 일을 당한 것 자체부터가 기구한데, 어려부터 또 뭔 일들이 그렇게 많았는지. 덕분에 등장인물들은 인반적인 인물상에서 더더욱 멀어졌으며, 이게 이들에게 좀처럼 공감을 하기 어렵게 만든다. 그들의 사연은 그들이 그렇게까지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만드는 것에 약간의 당위성을 더해주기는 한다만, 그것이 그들이란 인물 자체의 현실성에는 오히려 독으로 작용했다는 말이다.

마치 주도적으로 행동하는 것처럼 보였던 인물들이 사실은 어느정도 조종당한 것이며 단순히 준비된 결말을 향해 쓰이고 버려진다는 점은 조금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떠올리게도 하는데, 딱히 그 전까지 그들이 그렇게 했을만한 복선같은 걸 제대로 깔아둔 것이 아니라서 ‘이게 이렇게 되나’하며 감탄이 나온다기 보다는 ‘이게 이렇게 되나’싶은 당황스러움이 더 컸다. 사이코패스를 무슨 만능 해결법처럼 써먹은 것도 그렇다.

기대했던 이야기가 아니었던 것 치고는 나름 볼만하긴 했으나 완성도는 그렇게 좋지 않다.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