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행성 1’은 익숙하고도 낯선 SF 소설이다.

표지

이 소설이 익숙한 것은 우리가 기존에 익히 접해왔던 모티브 또는 클리셰를 많이 사용했기 때문이다. 아포칼립스를 연상케 하는 배경이라든지 대규모 멸망 후에 다시 일어선 인류 집단이라는 것도 그렇고, 그 덕에 현대적인 과학 기술이 ‘로스트 테크놀로지’가 되었다던가, 그런 경험 때문에 강압적인 체계가 잡힌 것, 그에 대항하는 반군의 존재, 다분히 종교적인 용어를 사용하는 것, 공용어라던가 ‘Boy Meets Girl’ 같은 상황 등이 모두 그렇다.

다행인 것은 그래서 식상하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거다. 그래서 이들의 진실은 무엇이고, 어떻게 그것을 찾아내게 될 것이며, 그것을 마주하면 어떻게 할 것인지를 보고싶게 한다.

소설이 종교적인 색채를 띄는 것도 의외로 좋았다. 꽤나 독실한 신자인 듯, 작가는 소설 속 시온 행성을 다분히 가톨릭적인 세계로 만들었다. 자연히 시온의 행성민들은 종교적인 말이나 이야기를 꽤 많이 하는데, 이것들은 보통의 종교들이 그러하듯 묘하게 비유적이다. 그래서 마치 일종의 복선같은 그 말들이 어떤 사실로 부터 왔으며, 무엇을 숨기고 있는지를 생각해보게 한다. 이게 이들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만드는데, 이 책이 아직 배경이 다 드러나지 않은 시리즈 1권이라서 더 그랬던 것 같다.

특정 이슈를 과장해서 그리는 SF인만큼, 과연 어떤 주제를 어떤 식으로 보여줄지도 궁금했는데, 전체적으로 무난한 주제를 나쁘지 않게 담은 것 같다.

작가는 어떤 부분이 극한으로 치달았을 때 벌어질 일이나 미지의 가능성 보다는 과거에 마주쳤고 또 현재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듯하다. 그래서인지 소설에서 보여주는 비판점도 꽤 직접적이다. 모순된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서는 묘한 비꼼이 느껴지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