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행성 2’는 인류의 보루인 시온에서 벌어지는 일을 담은 SF 소설이다.

표지

제9행성은 SF 소설 시리즈다. 정확히는 알 수 없는 미래 어느 시점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데, 그렇게 풀어내는 이야기가 꽤 전형적이라 할만큼 SF 디스토피아의 것을 거의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에, 새로 나온 책인데도 불구하고 굉장히 익숙한 느낌을 받는다.

이건 1권에 이어 2권에서 마찬가지다. 한정된 자원 때문에 벌이는 인간들의 이야기는 어떻게 보아도 신선하다가도 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야기라는 것은 본디 어느정도 쌓이다보면 더 이상 신선한게 나오지 않는 단계에 이르는 법이다. 그럴때는 더더욱 같은 소재도 어떻게 풀어내었느냐가 중요해지며, 비슷한 이야기도 어떤 방식으로 보여주느냐 따라 이야기의 질이 크게 달라지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소설은 꽤 선방한 SF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거기에는 이 소설은 꽤 종교적인 색채를 띄고 있다는 게 한 몫 한다. 1권에서도 그런 느낌이 있기는 했지만, 배경 설명이 어느정도 된 상황에서 펼쳐지는 2권은 더욱 그게 강해진 느낌이다. 어느 정도냐면, 시시때때로 종교적인 사상이나 내용을 절로 떠올리게 할 정도다.

그런데도 그게 그렇게 껄끄럽거나 하지는 않았다. 현대에(혹은 한국에서) 가장 대중적인 종교인 기독교의 교리를 담아서다.

더 자세하게 얘기하자면 개신교가 아닌 천주교의 것을 담은게 좋았다. 개신교가 자의적인 해석 등으로 어긋나면서 사이비스러운 면도 자주 보이는 것과는 달리, 천주교는 예전부터 이어져온 고전 철학적인 요소도 많이 갖고있기 때문이다.

소설에서 얘기하는 종교적인 내용은 순수하게 철학적인 것으로 읽히기도 한다는 말이다. 그게 인간군상을 다룬 SF 소설과 잘 어울렸는데, 소설 내에서 인간들이 벌이는 짓과 대비되기에 더욱 두드러져 보이기도 했다.

과거에는 종교를 SF로 재해석했었다면, 이 소설은 반대로 SF를 종교적으로 그려낸 셈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교리를 다르게 보여주는 게 나름 신선했다.

이야기는 (앞서 전형적인 SF라고 했던 만큼) 전체적으로 무난한 편이다. 거기에 나름 변주라고 할만한 것도 넣어서 꽤 볼만하다.

이것은 한편으론 아쉬운 점이기도 했는데, 본격적인 이야기 전개에 들어간 2권에서도 전형적인 것 이상의 것은 보여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름의 변주라 할만한 것도 전형적인 것에 비하면 크게 두드러지지 않는다. 그래서 보기에 따라서는 별 새로울 것 없는 소설로 비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