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바튀(Éric Battut)’의 ‘빨간 나라, 파란 나라(À bas les murs!)’는 분단을 유쾌하게 날려버리는 내용을 담은 그림책이다.

표지

이 나라의 분단엔 이유가 없다. 그저 단 한마디, 벽을 세우라는 두 왕자의 명령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마음씩 좋았던 임금님이 돌아가시고 난 뒤 떨어진 이 갑작스런 명령에 국민들은 분주했다. 빨갛고 파란것에 따라 나라를 둘로 나누고, 서로 오갈 수 없도록 벽을 세우고.

두 왕자의 명령에 백성들은 고분고분 따랐지만, 그렇다고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갑작스런 분단에 서로 헤어져야만 했던 가족들, 그리고 친구들. 그러다보니 쉽게 잠도 이룰 수 없다.

그런 어느 밤, 백성들은 나뉜 두 나라의 임금이 벽을 넘는것을 본다. 게다가 뭔가를 바리바리 싸 들고서 말이다. 백성들은 이 두 왕이 대체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 것인지 궁금해야한다.

분단국가의 이야기를 유쾌하게 담아낸 이 책은 그 해결법 역시 동화답게 유쾌하게 담았다. 벽을 넘고, 개선을 요구하고, 다시 평화로운 나라로 돌아가는 모습은 다분히 혁명을 떠오르게 한다. 백성들에겐 자유를 제한하고 자기들만이 권리를 누리는 두 왕에게서는 부패한 권력자의 모습이 떠오르며, 군말없이 그런 그들의 명령에 따라 국가 분단에 일조했던 백성들의 행위로부터는 왜 시민들이 깨어있어야하고 권력의 횡포가 있을때는 그에 저항해야 하는가를 잘 보여준다. 판타지적으로 그린 그림책이기에 짧고 유쾌하게 볼 수 있지만, 그 안에는 담긴 가르침은 역사적으로도 꽤 뼈저리다.

한국 역시 현존하는 유일한 분단 국가라 이 그림책의 이야기를 한국 사정에 맞게 생각해보게 된다. 언젠가 갈라진 선을 넘고 자유롭게 오가는 날을 맞을 수 있을까. 어서 그 날이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