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스터 아이’는 인공지능을 소재로 한 SF 소설이다.

표지

이 소설은 처음부터 계속해서 인간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주요한 소재나, 이야기 전개에 작용하는 것은 모두 인간 외적인 것들이지만 반대로 주장하고 싶은 것이나 얘기하려고 하는 것은 지극히 인간적인 것이라는 얘기다.

그를 위해 아이를 잃어버린 남자를 주인공으로 한 것을 꽤 적절했다. 그는 그 절절한, 그럼에도 불구하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쉽게 공감할만한 사연을 갖고 있기에 더 공감대를 형성하며 이야기의 다음을 궁금하게 만든다.

문제는 그것이 끝까지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거다. 사실, 솔직하게 이야기하자면 처음부터 좀 어색하긴 했다. 중요한 지점에서 뭔가 자연스럽지 않은, 일부러 그런 설정의 존재들이 그런 장면에 놓이게 된 상황을 연출하기 위해서 일부러 작정한 듯한 낌새가 보였기 때문이다.

예술가인 주인공이 뜬금없이 신종 AI의 테스터로서 활동한다는 것부터가 그렇다. 둘 사이에 대체 무슨 접점이 있단 말인가. 심지어는 재정적으로 허덕여서 그런 알바를 뛰고있다던가 하는 허섭한 설정마저 들이밀지 않아서 애초에 왜 이 이야기가 시작되는 건지 좀 의아함을 가지게 한다.

아이를 어느정도 한계가 있는 차세대 인공지능의 프로토타입으로 설정한 것도 주인공이 그렇게까지 아이에게 감정이입하는 것에 공감하지 못하게 한다. 아무리 그래도 저렇게 될까 싶어서다. 그의 서사에 일종의 감정적인 결핌이 있기에 더 그렇다. 그런 사람을 함부로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지 조금이라도 느껴본 사람이라면 이렇게 허투루 건드려서 변화시킨다는 것에 선뜻 공감을 표하기 어려울 거다. 충분한 개연성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대신 결국엔 마땅히 이렇게 될 거라는 듯한 전개를 보이는 것은 이 소설이 다분히 동화적인 감성에 기대고 있음을 알게 한다.

SF적인 면에서도 인공지능의 발전을 그린 것은 조금 흥미롭긴 했으나 그것이 인간들의 묘사와는 좀 동떨어진 특이점을 보이기에 안어울리는 면이 있으며, 특히 후반부는 너무 급전개되서 쫌 어색하다. AI를 컴퓨터공학적인 인공지능이 아니라 영적인 영혼처럼 또 신화적으로 그린 것이나, 마치 영상물을 글로 옮긴 듯 시각적인 부분에만 중점을 둔 장면을 넣은 것도 그렇다.

일종의 동화로서 본다면 나름 볼만하나, 아니라면 좀 호불호가 갈릴 만하다.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