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폴의 하루’는 한국인 이주민의 삶을 담아낸 단편 소설집이다.

표지

한국인은 크게 세부류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태어나서부터 한국에서 사는 사람과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외국으로 나간 사람, 그리고 외국에서 살다가 한국으로 돌아온 사람이다.

이 소설집은 그런 사람의 입장에서 한국인이면서도 한국인이 아니고, 그렇다고 한국과는 전혀 무관한 외국인도 아닌 묘한 경계에 선 사람들의 심정과 이야기를 잘 담고있다. 그래서 딱히 그런 입장에 공감할 수 있는 경험은 없지만, 그들이 겪는 경험이나 이야기, 생각들이 의외로 공감이 가기도 했다.

그건 어쩌면 그들이 마주치는 사람들을 통해 한국인이라고하면 의례 생각할 수 있는 ‘정’은 물론 도무지 정이라곤 눈 씻고 찾아봐도 없을 것 같은 냉혹함과 이기적인 모습들도 함께 비추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것들은 꼭 외국인, 이민자가 아니더라도 같은 한국인으로서도 볼 수 있고 그렇기에 또한 느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소설 속 등장인물들을 마치 이민자이기에 한국에서 벗어나지도, 그렇다고 온전히 속하지도 못한 애매한 입장인 것처럼 그렸지만, 나는 오히려 그들의 그런 감정이 어떠한 부류든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경험했을만한, 또 공감할만한 이야기라고 느꼈다. 내가 그렇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나서, 한국에서만 생활했으며, 앞으로도 한국에서 살 것일 내가 이민자들의 그 묘한 ‘경계에 섬’에 공감하는게 새삼 묘하다.

어쩌면 현대 한국인들인 소위 ‘정’이나 ‘이웃사촌’ 등으로 대변되는 한국인이라는 소속감을 거의 느끼지 못하는 게 아닐까. 그게 우리를 못내 고독한 존재로 만드는 것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