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화점은 고려말을 배경으로 한 게이 왕에 대한 영화다.
사실 고려라는 시대 배경이 전혀 중요하진 않다. 중국이나 일본이어도 상관 없었을거고, 과거가 아닌 현대여도 좋았을거다. 계급과 세력 다툼, 그리고 게이 지도자라는 요소만 있다면 말이다. 오히려 실제 역사와 연관을 지으면 부들부들 떨 사람 많다.1 나오는 케릭터 대부분이 하나같이 거지같기 때문이다.
« IMAGE » | 공민왕 게이설 영화 | 공민왕을 게이로 만들어 그의 최후를 다시 쓴 영화다. |
출연 빈도나 이야기를 이끌어가는거로 봤을때는 홍림이 주인공이고 왕과 왕후, 그리고 부총관은 부가 인물로 보는게 맞을 것이다. 홍림만이 모든 이야기의 중심에 서 있으면서 사건을 전개시키고 또 감정을 표출하기 때문이다. 왕과 왕후는 그런 홍림의 이야기를 위한 부가 인물처럼 표현했다.
홍림만이 모든 사건에 관여하는 인물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겠지만, 이 점은 안그래도 별로인 쌍화점을 더 별로로 만들었다. 홍림을 주인공으로 하고 왕후와의 섹스신에 영화의 모든것을 쏟아부었기 때문이다.
« IMAGE » | 영화의 전부인 섹스신 | 홍림과 왕후의 섹스신이 거의 이 영화의 전부다. |
확실히 왕후와의 섹스신은 꽤 볼만한 것이었다. 하지만, 고작 그딴게 영화를 만든 목적인가? 야한걸 보고싶다면 포르노라도 보면 그만이다. 영화를 보는건 그런것에선 볼 수 없는 잘 짜여진 이야기를 보고싶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때로는 주인공에게 감정이입도 하고 말이다. 그런 점에서도 홍림과 왕후의 정사는 불편했다.
둘의 정사와 교감은 전혀 공감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저 욕정에 눈이 멀어 사랑과 충정을 다 팔아먹은 배신자와 섹스에 눈이 멀어 신념까지 져버린 암캐의 버둥거림일 뿐이잖은가. 그딴 인간들의 정사의 그 어떤점에 감정이입을 하란말인가.
차라리 정렬적이고 끝까지 순수했지만 끝내 배신당한 왕이 더 나았다. 하지만, 감독이나 제작자가 원한건 화제를 일으킬만한 영상이었던 것 같다.
« IMAGE » | 퇴짜맞은 왕 | 주진모가 분한 왕이란 케릭터와 그의 연기는 꽤 괜찮았다. |
영화를 보고 남은건 왕후를 연기한 송지효의 누드, 그것 뿐이다. 닮아 빠질 만큼 물린 주제긴 하다만, 이야기에 따라선 매력적일 수도 있었던 게이 왕과 그 호위무사의 이야기는 그냥 묻혀버렸다.
« IMAGE » | 왕의 마지막 물음 | “단 한번이라도 나를 정인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느냐?” |
쌍화점은 여러면에서 ‘황후花(滿城盡帶黃金甲 The Curse of the Golden Flower, 2006)’를 떠올리게 한다. 왕궁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라는 점, 왕과 왕후가 그 주요 인물 중 하나라는 점, 섹스에 대한 금기를 깼다는 점, 왕후가 불륜을 저지른다는 점, 비극이라는 점, 그리고 주요 인물들이 거의 죽는다는 점이 그렇다.2 결론적으론 그렇게 좋은 영화는 아니었는데, 쌍화점은 이보다 못하다.